▲이번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준 전술 능력은 최악에 가까웠다.
대한축구협회
전술 대처 능력 부재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투 스트라이커를 배치하는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주로 조규성과 손흥민을 전방에 포진시켰다.
하지만 공수 라인 간격이 40m에 이르면서 선수간의 거리가 멀었다. 언제나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하프 라인 밑에는 2명의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1명이 남겨지는 상황을 초래했다. 중원이 텅텅 빈 채로 경기하는 양상이 90분 내내 지속됐다.
상대팀들은 이미 이러한 한국의 약점을 간파하며 공격수들과 윙어들이 좌우 간격을 좁히고, 강한 압박을 시도해 패스 경로를 차단했다. 수비진영에서 끊임없는 패스 미스와 소유권 상실이 이뤄진 이유다. 공을 빼앗기는 즉시 위험 상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아시안컵에 참가한 모든 팀들이 철저하게 상대를 분석하고 대비했다. 무엇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에 대한 대처법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는 데 있다.
준비된 전술은 없었고, 경기 도중 즉흥적인 변화를 시도할 뿐이었다. 대회 전 한 번도 훈련하지 않은 스리백을 사우디 아라비아전에서 가동하거나, 장신 수비수가 즐비한 호주를 상대로 조규성을 전방에 내세웠다. 4강 요르단전에서 처음으로 4-3-3을 꺼내든 것 모두 대실패였다. 무의미하게 포메이션만 바꿨을 뿐 선수들의 동선은 엇박자를 보이며 졸전을 펼쳤다.
선수 선발-대회 준비-운영 능력 문제점
사실 대회 시작 전부터 실패의 조짐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대표팀 첫 소집 당시 대한축구협회의 파주트레이닝센터 사용 계약이 종료됨에따라 서울 호텔에서 실내 훈련에만 매진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반인 투숙객들과 함께 같은 공간을 사용한 것이다.
심지어 선수들은 공을 만져볼 기회조차 없었다. 당초 기후가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운동장을 대여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컨디션 점검을 위해 실내훈련에 매진한다고 발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희찬, 김진수는 대회 직전 부상을 당했다. 김승규는 훈련 도중 십자인대 부상으로 1경기만 치르고 중도하차했다. 훈련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선수 선발도 아쉬움이 따른다. 26인 엔트리를 폭넓게 활용하지 못했다. 유망주인 센터백 자원 김지수, 김주성을 비롯해 문선민, 이순민, 골키퍼 송범근까지 총 5명의 출전시간은 0분이었다. 3차전에서 부상 회복해 15분을 소화한 왼쪽 풀백 김진수를 토너먼트에서 기용하지 않은 점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패하더라도 16강에 오를 수 있는 말레이시아와의 3차전에서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고 주전들을 풀가동한 여파는 토너먼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6강, 8강에서 모두 연장전 혈투를 벌이며 체력을 소진, 결국 4강 요르단전에서 맥없이 패했다. 주전에게 의존한 채 한정된 자원으로만 대회를 운영한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우영, 권경원, 김문환 등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반면 박용우, 이기제, 정승현 등 벤투호 체제에서 중용받지 못한 얼굴들이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을 받았는데 이들 모두 이번 아시안컵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