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 달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페퍼저축은행은 인삼공사의 연패기록을 11년 만에 경신했다.
한국배구연맹
6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하며 크게 고전하고 있는 지금은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사실 정관장은 KT&G 아리엘즈와 인삼공사 시절 프로 출범 후 8시즌 동안 3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강호였다. 특히 KT&G는 V리그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될 '원년 우승팀'이기도 하다. 물론 당시엔 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이 창단하기 전이었고 외국인 선수도 없이 5개 구단이 정규리그 16경기로 시즌을 치렀다.
V리그는 2005-2006 시즌을 앞두고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라는 '먹이사슬 포식자'가 등장해 네 시즌 동안 세 번의 우승을 휩쓸었고 KT&G는 중위권을 유지하며 후일을 도모했다. 그리고 KT&G는 김연경이 일본리그로 진출한 2009-2010 시즌 곧바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중심엔 현재까지도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콜롬비아 특급' 마델라이네 몬타뇨가 있었다.
KT&G는 엄청난 운동능력과 강철체력을 자랑하는 몬타뇨를 앞세워 2009-2010 시즌 케니 모레노와 양효진,한유미(KBS N 스포츠 해설위원)가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KT&G는 팀명을 인삼공사로 바꾼 2011-2012 시즌에도 최초로 정규리그 1000득점을 넘긴 몬타뇨의 활약에 힘입어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몬타뇨는 2011-2012 시즌 현대건설과의 챔프전에서 무려 경기당 평균 31.4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3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후 인삼공사의 '봄날'은 끝이 났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몬타뇨가 팀을 떠났고 김세영, 한유미마저 잠정 은퇴를 선언한 것. 인삼공사는 설상가상으로 새 외국인 선수 드라간 마린코비치마저 부상을 핑계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채 한국을 떠났다. 그렇게 사실상 국내 선수들 만으로 시즌 절반을 치른 인삼공사는 2012-2013 시즌 다른 팀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면서 20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쓰고 말았다.
'디펜딩 챔피언'에서 졸지에 단일시즌 최다연패를 기록한 인삼공사의 20연패 기록은 좀처럼 깨지기 힘든 대기록(?)으로 남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실제로 6개 구단 체제에서는 30경기, 7개 구단 체제에서는 36경기를 치르는 V리그에서 시즌 절반 이상을 연속으로 패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공교롭게도 창단 후 가장 투자를 많이 했던 세 번째 시즌에 인삼공사의 기록을 11년 만에 갈아치웠다.
과감한 투자에도 단일 시즌 21연패 수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