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첫 경기 17득점' 윌로우, 인상적인 데뷔전

[여자배구] 30일 도로공사와의 V리그 데뷔전 17득점 활약, 흥국생명 3-0 승리

24.01.31 08:47최종업데이트24.01.31 08:47
원고료로 응원
흥국생명이 적지에서 도로공사를 꺾고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30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28-26,25-19)으로 승리했다. 후반기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적립한 흥국생명은 6연승으로 전반기를 마친 선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승점 차이를 5점으로 줄였다(19승6패). 

흥국생명은 아시아쿼터 레이나 토코쿠가 55%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팀 내 가장 많은 22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김연경도 47.06%의 성공률로 17득점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배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선수는 이날 V리그에서 첫 선을 보인 흥국생명의 새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이었다. 윌로우는 부담이 큰 첫 경기였음에도 44.44%의 성공률로 17득점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활약으로 흥국생명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팀 운명 바꾼 '대체 외국인'도 있었다
 
 윌로우는 핑크스파이더스를 상징하는 분홍색 머리와 아버지의 등번호 51번을 달고 V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윌로우는 핑크스파이더스를 상징하는 분홍색 머리와 아버지의 등번호 51번을 달고 V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팀 공격의 상당부분을 책임지는 외국인 선수가 시즌 중에 교체되는 것을 반기는 구단은 없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면 부상과 부진 등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선수를 시즌 도중에 교체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시즌 내내 호흡을 맞춰왔던 외국인 선수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지만 외국인 선수 교체 이후 오히려 팀 성적이 나아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중도교체를 '전화위복'으로 삼았던 대표적인 구단은 '디펜딩 챔피언' 도로공사였다. 도로공사는 2017-2018 시즌 정규리그 MVP이자 통합우승의 주역 이바나 네소비치가 어깨부상으로 고전하자 전 시즌 GS칼텍스 KIXX에서 활약했던 파토우 듀크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태국리그에서 활약하다 도로공사에 합류한 파튜는 22경기에서 454득점을 올리는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도로공사를 두 시즌 연속 챔프전으로 이끌었다.

지난 시즌에는 대체 외국인 선수가 아예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챔프전 MVP까지 수상했다. 부진했던 카타리나 요비치 대신 작년 1월 도로공사에 합류한 캐서린 벨(베이거스 스릴)이었다. 과거 GS칼텍스와 흥국생명에서 활약한 경력이 있는 캣 벨은 지난 시즌 18경기에서 376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캣 벨은 흥국생명과의 챔프전에서도 5경기서 112득점으로 '리버스 스윕'을 주도하며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비록 우승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2009-2010 시즌 GS칼텍스에서 활약했던 데스티니 후커는 V리그에서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대체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 데스티니는 GS칼텍스 합류 후 16경기에서 433득점을 기록했고 2승10패로 최하위에 허덕이던 GS칼텍스는 데스티니 가세 후 14연승을 질주했다. 2009-2010 시즌 배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데스티니는 5년 후 IBK기업은행 알토스 유니폼을 입고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1-2012 시즌 외국인 선수 셰리사 리빙스턴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의 젊은 아웃사이드히터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를 영입했다. 당시만 해도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했던 브란키차는 챔프전에서 마델라이네 몬타뇨가 이끄는 KGC 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게 패했다. 하지만 유럽무대로 돌아간 브란키차는 튀르키예와 이탈리아 리그 등에서 활약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윌로우 합류로 효율적 공격배분 가능
 
 윌로우 존슨은 V리그 첫 경기에서 17득점을 올리며 나쁘지 않은 데뷔전을 치렀다.

윌로우 존슨은 V리그 첫 경기에서 17득점을 올리며 나쁘지 않은 데뷔전을 치렀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흥국생명은 전반기 막판부터 2022-2023 시즌부터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의 교체가 시급했다. 3라운드부터 급격히 떨어진 경기력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경기에 임하는 불성실한 태도로 선수들의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V리그 외국인 선수 제도가 드래프트로 바뀐 이후 대체 외국인 선수는 트라이아웃에 신청했던 선수 중에 골라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전반기가 끝난 후 지난 21일 메이저리그 303승에 빛나는 랜디 존슨의 딸 윌로우 존슨을 옐레나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물론 화려한 프로리그 경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지만 사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20일 한국으로 입국한 윌로우는 약 열흘 동안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며 후반기를 준비했고 배구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아버지의 현역 시절 등번호 51번을 달았다.

30일 도로공사와의 후반기 첫 경기를 통해 V리그 데뷔전을 치른 윌로우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며 국내 배구팬들에게 강한 첫 인상을 남겼다.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28.57%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한 윌로우는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44.44%의 성공률로 17득점을 올리는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다. 윌로우는 14개의 디그와 6개의 유효블로킹을 기록할 만큼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부지런히 코트를 누볐다.

윌로우의 가세로 흥국생명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삼각편대의 효율적인 공격배분이다. 실제로 이날 흥국생명은 레이나가 31.75%, 윌로우가 28.57%, 김연경이 26.98%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하면서 3명의 핵심 공격수들이 87.3%의 공격점유율을 챔임졌다. 이날은 유독 몸놀림이 가볍고 상대의 견제가 약했던 레이나가 가장 많은 공격을 시도했지만 이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의 포메이션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흥국생명이 5,6라운드 일정 동안 선두 탈환에 도전하려면 두 차례 남은 현대건설전을 포함해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아본단자 감독의 최종목표는 남은 정규리그에서 윌로우와 나머지 선수들의 호흡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후 봄 배구에서 최상의 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일단 도로공사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보여준 윌로우의 기량과 몸 상태는 아본단자 감독과 흥국생명 팬들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배구 도드람20232024V리그 흥국생명핑크스파이더스 윌로우존슨 V리그데뷔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