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기자회견하는 클린스만 감독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말레이시아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격 축구의 허상...중원 삭제 결과 초래
지난 3월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 부임 첫 기자회견에서 공격 축구를 선언했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과는 전술적 기조가 상당 부분 바뀌었다. 가장 큰 특징은 4-4-2 포메이션이다. 최근 현대 축구에서는 대체로 2명의 공격수를 포진시키는 대신 미드필드에 숫자를 더 두는 게 추세다.
벤투 감독도 4-1-3-2, 4-4-2와 같은 투톱 전술을 간간이 가동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약체팀과의 경기였다.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3경기에서는 4-3-3 포메이션으로 미드필드에 많은 숫자를 두고 점유율과 체계적인 전방 압박을 강조한 경기를 운영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벤투 감독은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맞불을 놓는 전략을 내세웠으나 상대에게 미드필드를 장악당하며 1-4로 대패한 바 있다.
그만큼 4-4-2는 중원 과부하라는 리스크를 안은 전술이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은 수비 밸런스와 후방에서의 안정감을 뒤로한 채 좌우 윙어를 터치라인으로 벌리고, 좌우 풀백과 1명의 중앙 미드필더마저 전진배치시키고 있다.
공수 간격이 넓다보니 매 순간 중원이 텅텅 빈 상황에 놓인 나머지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며 세밀한 빌드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위험 지역에서 공을 빼앗겨 상대의 역습에 실점하는 장면이 많았다. 수비와 미드필드의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다.
정통 스트라이커 조규성 부진...손흥민 원톱 해답일까
그렇다고 투톱 전술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극강의 파괴력을 보인 것도 아니다. 3경기에서 8골을 터트렸으나 요르단, 말레이시아전에서는 필드골이 하나도 없다. 페널티킥, 직접 프리킥, 코너킥에 의한 헤더 등 세트 피스와 자책골이 전부였다.
결과적으로 상대의 밀집수비를 파훼할만한 전술적인 색채나 파괴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방증이다.
지난 3경기에서 조규성-손흥민 투톱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두 공격수 모두 상대 밀집수비에 에워쌓이며,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손흥민이 2골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전부 페널티킥 득점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투톱 중 한 자리에 언제나 체격조건이 좋고, 정통 No.9에 가장 부합하는 스트라이커 내세운 바 있다. 지난 평가전들을 통해 주전 골잡이로 조규성이 낙점받았다. 그러나 조규성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3경기째 무득점이다. 특히 요르단전에서 침착성 부족을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벤투호 시절 조규성은 많은 움직임과 연계플레이를 통해 2선 공격진들과 굉장한 시너지를 창출했다.
하지만 클린스만호 체제에서의 조규성은 뭔가 옷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2선 공격진들과의 호흡은 커녕 대부분 박스 안에 머물러있거나 수비 뒷공간 침투를 감행한다. 주력이 느린 조규성의 장점을 살린다고 보긴 어렵다.
상대의 전방 압박으로 인해 롱패스 비중을 크게 늘렸지만 조규성이 머리로 떨궈주고 세컨볼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조규성의 제공권 능력은 기대이하다. 공중볼 경합 성공률이 30%(10회 시도 3회 성공)에 불과하다.요르단전에서는 공중볼 경합 성공이 0%(4회 시도)에 그쳤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발 출전한 가나, 포르투갈, 브라질전에서 기록을 살펴보면 총 18회의 공중볼 성공(26회 시도)을 보였다.
답답한 것은 클린스만 감독이 이에 대한 대처법을 전혀 내놓지 못하며, 3경기를 치러왔다는 데 있다. 매 경기 변화는커녕 같은 전술 콘셉트로 일관한 탓에 졸전의 연속이었다.
투톱이 아닌 원톱으로의 변화는 충분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손흥민의 원톱 기용은 이미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토트넘를 통해 모범 사례가 나와있다. 해리 케인의 이적으로 최전방을 맡은 손흥민은 20경기에서 12골 5도움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더구나 16강에서 만날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3-5-2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상대하려면 허리 강화가 필수다. 공격수 대신 미드필더 한 자리를 늘림으로써 중원을 강화하고, 공수 밸런스를 맞추는데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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