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그맨> 스틸컷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한 남성의 인생을 재료로 잔혹동화를 펼쳐낸다. 그는 보육원에서 만난 연극 교사를 사랑했다. 비록 짝사랑이었지만 자신을 문학과 연극, 예술 세계로 이끌어 준 뮤즈 셀마(그레이스 팔마)와 다양한 예술적 취향을 배워간다.
안타깝게도 현실의 벽은 높았고 사실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달할 정도로 문학과 연기에 조예가 깊지만 장애를 가진 탓에 스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을 원망하지도, 인간을 탓하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사랑을 내어주는 개와 함께 온 세상을 무대 삼아 도그맨으로 활약하는 데 만족한다.
그의 내면은 다소 복잡하다. 짙은 화장과 가발, 화려한 의상 속에 원래 모습을 감추고 매번 다른 얼굴로 변장한다. 겉은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아주 잠깐만 일어설 수 있는데,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로서 인정받아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인간의 간절함은 의지를 불태우게 되며 당당한 모습으로 한껏 빛난다.
그래서일까. 모든 심문이 끝난 다음 날 아침 옷을 갖춰 입고 교회 앞에 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인간이 한 걸음씩 신과 자신을 향해 걸어가려는 비장함이 전해진다.
차세대 호아킨 피닉스라 불리는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10살부터 시작된 엉킨 관계는 '희망'을 매개로 '휴머니즘'을 찾아간다. 유년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린 남성이 과연 테러리스트가 될지, 마더 테레사가 될지 궁금했다는 뤽 베송 감독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결말이다. 총에 맞아 지옥 같은 감옥을 나올 수 있지만 또 다른 지옥에 갇힌 남성이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외친다. 나 스스로 당신께 다가가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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