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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학대로 불구된 남성... 갈림길에 선 그의 선택

[리뷰] 영화 <도그맨>

24.01.21 12:54최종업데이트24.01.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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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도그맨> 스틸컷
영화 <도그맨> 스틸컷㈜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주인이 집에서 먼 곳에 버리고 와도 집을 찾아오는 동물 개. 주인을 유일하게 사랑한 게 죄라면 죄일까. 버림받고도 주인을 잊지 않는 충성심 강한 동물이다. 오래전부터 개는 인간을 사랑했고 인간의 가장 친한 동물이 되어버렸다. 개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였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도그맨>은 115마리의 개와 동고동락하게 된 한 남성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개들과 펼치는 원맨쇼에 초대된 것 같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년이 버려진 개를 돌보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이야기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아이러니하게도 개들의 조건 없는 사랑으로 치유된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는 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시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의미심장하다. 5년 만에 신작을 들고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뤽 베송 감독은 '<도그맨>은 지금까지 만든 영화 20편을 압축한 이력서 같은 작품이며 더글라스는 20년간 창조해 온 인물의 에센스다'라고 말했다.
 
'더글라스'는 전작 <니키타>(1990), <레옹>(1994)에 버금가는 굵직한 존재감으로 활약한다. 5살 아이를 4년 동안 개와 함께 철창에 가둬 키운 실화가 바탕이다.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한 듯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영화 속에서 여러 번 변신을 거듭한다. 배우라면 탐낼 만한 비주얼이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마를린 먼로가 연상되는 금발과 핑크 드레스, <라 비 앙 로즈>의 에디프 피아프가 떠오르는 무대도 선보인다.
 
아버지의 학대로 철창에 갇힌 소년
  
 영화 <도그맨> 스틸컷
영화 <도그맨> 스틸컷㈜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핑크 드레스를 입은 수상한 사람이 밤중 개를 태운 트럭을 몰다가 경찰에 붙잡힌다. 한밤중 에블린(조조 T. 깁스)은 급히 정신감정을 위해 파견되어 질문을 이어간다. 자신을 변장술에 능하다고 소개한 남성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고통스러웠지만 가장 행복했던 15년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기구한 삶이라 이해했지만 듣다 보니 눈물 없이 듣기 힘든 사연이 전해진다. 어린 시절 투견장의 개에게 몰래 먹이를 줬다는 이유로 사육장에 갇혀 자랐다. 모든 게 신물 나 집 나간 엄마는 동생을 임신한 상태였다. 막내만이라도 지옥을 경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본격적으로 폭력적인 아버지와 형으로부터 학대받기 시작한다. 둘은 희생양이 필요했고 결국 분노한 아버지는 아들을 불구로 만들어 버린다. 그날 이후 척추에 파편이 박혀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더글라스는 보육원에서 자라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고통을 딛고 한 발짝 나아가려는 인간
  
 영화 <도그맨> 스틸컷
영화 <도그맨> 스틸컷㈜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한 남성의 인생을 재료로 잔혹동화를 펼쳐낸다. 그는 보육원에서 만난 연극 교사를 사랑했다. 비록 짝사랑이었지만 자신을 문학과 연극, 예술 세계로 이끌어 준 뮤즈 셀마(그레이스 팔마)와 다양한 예술적 취향을 배워간다.
 
안타깝게도 현실의 벽은 높았고 사실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달할 정도로 문학과 연기에 조예가 깊지만 장애를 가진 탓에 스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을 원망하지도, 인간을 탓하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사랑을 내어주는 개와 함께 온 세상을 무대 삼아 도그맨으로 활약하는 데 만족한다.
 
그의 내면은 다소 복잡하다. 짙은 화장과 가발, 화려한 의상 속에 원래 모습을 감추고 매번 다른 얼굴로 변장한다. 겉은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아주 잠깐만 일어설 수 있는데,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로서 인정받아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인간의 간절함은 의지를 불태우게 되며 당당한 모습으로 한껏 빛난다.
 
그래서일까. 모든 심문이 끝난 다음 날 아침 옷을 갖춰 입고 교회 앞에 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인간이 한 걸음씩 신과 자신을 향해 걸어가려는 비장함이 전해진다.
 
차세대 호아킨 피닉스라 불리는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10살부터 시작된 엉킨 관계는 '희망'을 매개로 '휴머니즘'을 찾아간다. 유년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린 남성이 과연 테러리스트가 될지, 마더 테레사가 될지 궁금했다는 뤽 베송 감독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결말이다. 총에 맞아 지옥 같은 감옥을 나올 수 있지만 또 다른 지옥에 갇힌 남성이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외친다. 나 스스로 당신께 다가가겠노라고.
도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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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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