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JTBC
앞서 언급했듯, 가뜩이나 4:4 동률이 되었을 때마다 석연치 않게 승패가 갈리는 상황에 의구심이 누적되어 있었던 터라 이번 논란은 불길이 크게 번졌다. 심사위원들의 객관성,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령, 추승엽과 박빙의 대결을 펼쳤던 채보훈의 팬들은 이 탈락을 납득할 수 있을까. 혹은 우승 가능성이 1/6이었던 파이널 진출자들은 1/7의 확률을 기꺼이 받아들일까.
가장 깔끔한 상황은 원칙 고수, 그러니까 과감하게 TOP6를 추려내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아무런 뒷말이 나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심사위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몇 달에 걸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무대를 지켜보며 '감정이입'된 심사위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욕을 먹더라도 한 명을 더 구한다. 그럴 가치가 있다.' 어쩌면 그건 인지상정에 가깝다.
제안은 심사위원들이 했지만, 결정은 제작진의 몫이었다. 처음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제작진은 파이널 진출자를 한 명 증원한다고 해도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심사위원들의 진심에 설득됐을 수도 있고(제작진도 출연자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을 것이기에), 화제성을 위해 규정 변경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심사위원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건 과하다.
객관성, 공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음악은 예술의 영역이기에,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미션이다. 심사위원들이 나름의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취향'에 압도 당하고 말았다.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 두 명의 출연자가 있다면 무엇을 근거로 판단한단 말인가. 이는 <싱어게인3>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반복된 현상이다.
또, '첫 무대에서 보여준 잠재력'과 '가능성'이 우선이냐, '지금 당장 무대에서 보여준 역량'이 우선이냐는 질문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골 숙제이다. 심사위원들은 자신만의 심사 기준에 따라 그때마다 답을 내려야 한다. 출연자의 당일 컨디션, 스타성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억지가 아니라면 오디션 프로그램 속 스토리텔링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싱어게인3>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심사위원 동수 제도'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4:4 동률이 발생할 때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이 회의를 거친다고 하나, 결국 한 쪽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또, 방송에서 회의 내용이 대부분 편집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최소한의 정보조차 얻지 못한 채 결과를 수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심사위원 동수(同數) 제도는 매우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그동안 '싱어게인'은 심사위원의 수를 8명으로 하되, 여자와 남자, 시니어와 주니어를 구분해 각각 동수로 구성해 왔다. 이를 통해 성별, 세대에 따른 취향을 담아냈다. 이는 <뉴욕타임스>, BBC 등 해외 언론사가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 실천을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경연 중 규정 변경은 많은 이야기를 양산할 것이다. 원칙을 지키지 못한 걸 아쉬워할 수 있지만, 한 명에게 더 기회를 주자는 '기분 좋은' 규정 변경을 마냥 탓하기는 어렵다. 룰 변경 사실이 공개됐을 때, 이미 파이널에 진출한 출연자들은 기꺼이 기뻐하지 않았던가. 저들은 이미 단순 경쟁의 단계를 뛰어넘었던 것이다. 경쟁에 매몰된 건 일부 시청자였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싱어게인4'가 나온다고 해도 심사위원 동수 제도는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홀수 체제로 변경하면 동률이 발생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테니 논란 자체가 없어지겠지만, 짝수 체제의 이점을 놓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동률시에 다른 해결책을 찾아내면 될 일이다. 심사위원은 늘 그렇듯 제 역할을 다했다. 우여곡절 끝에 TOP7가 정해졌다. 잘 차려진 진수성찬을 마음껏 즐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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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