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대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2023년 예능에서 가장 바빴던 인물은 누구일까. 좀더 힌트를 주자면, '국민 멘토'로 불린다. 기왕 시작한 김에 좀더 직접적인 실마리를 제공해보자. 남녀노소 불문, 각계각층의 다양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 사람이다. 이쯤되면 눈치챘겠지만, 그의 이름은 바로 오은영이다(오은영은 2023년 '방송연예대상'에서 시사 교양 MC상을 수상했다).
오은영은 6개의 예능에 고정 출연했던 2022년의 기세를 몰아 올해도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ENA '오은영 게임',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오은영 리포트-알콜지옥', 웹예능 '오~ 잠깐만요!' 등 6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제목에 그의 이름이 걸리는 것만 봐도 그가 지닌 상징성과 파급력을 알 수 있다.
2023년, 오은영은 과감하게 보폭을 넓혔다.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금쪽이를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동시에 '오은영 게임'을 통해 부모와 함께 하는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놀이 처방전'을 제시했다. 육아 전문가로서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 셈이다. 또,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 부부 상담을 했다면, '알콜지옥'에서 '알코올 중독자 치유'에 나서며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한편, 2023년 예능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인물을 찾는다면 그 역시 오은영의 몫이이라.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교권 침해의 심각성이 세상이 드러났고, 그 원인 중 하나로 '학부모 갑질'이 조명됐다(다만, 경찰은 학부모 갑질, 괴롬힌 정황을 조사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불똥이 오은영에게 튀었다.
이유는 오은영이 문제 아동의 행동을 몇 차례의 상담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오은영의 예능에서는 매우 심각한 아동, 그러니까 금쪽이의 문제가 한 두 달의 노력이면 해결되곤 하는데, 결국 현실에서 그렇게 해결하지 못하면 부모와 교사에게 책임이 전가된다는 것이다. 방송의 한계를 따끔하게 지적한 문제 제기였다.
이처럼 곱씹어봐야 할 건설적인 비판도 있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논란을 위한 논란에 몰두했다. 오은영의 SNS로 찾아간 그들은 "이제 TV에 그만 나와라.", "교권 추락에 한 몫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런가 하면 오은영이 저출생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10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오은영의 금쪽같은 내새끼'가 출산과 육아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다는 의견이 주장이 나왔다.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는 상황이 이어지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해결책으로 '미디어 인식 개선'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저출생의 원인으로 오은영을 언급한 것만 봐도 이 사안에 대한 정부의 근시안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물론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예능 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출산에 대한 여성의 인식이 전면적으로 바뀐다는 건 과도한 우려이다.
이런 논란들에 대해 오은영은 "어깨가 무겁"다며 자신이 주장하는 '공감'과 '이해'가 오해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오은영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법하다. 그가 방송을 통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이 아이를 이해해보자'는 것이었고,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 방향을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접근한 것이리라. 이를 '무조건 이해하고 받아줘라'고 해석한 건 일부 대중이었으니 말이다.
오은영이 '금쪽같은 내새끼'에서도 반복적으로 했던 이야기는 부모가 분명한 지침과 훈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나치게 허용적인 부모가 되면 아이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솔루션의 전 과정을 세세히 다룰 수 없는 방송과 예능의 한계가 오해를 낳았고, 이것이 맥락 없는 인용과 편집으로 오은영에 대한 적대적 반감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2023년은 오은영에 분명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내게 영향력이 있다면 더 세심하게 살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몸을 낮춘 오은영은 2024년에도 바쁜 한 해를 보낼 듯하다. 오은영의 진심이 내년에는 다시 대중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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