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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부진했던 한국야구... 이 루키들 때문에 산다

[올해의 성장캐릭터-KBO리그] 국대 셋업맨-홀드왕으로 성장한 kt의 박영현

23.12.23 09:49최종업데이트23.12.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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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야구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탈락으로 우울하게 시작했다. 2013년 3회 대회부터 3연속 1라운드 탈락. 단 6개 나라가 출전했던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에 이어 WBC 1라운드 탈락으로 한국야구는 이제 세계무대에서 명함을 내밀기 힘든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 WBC 준우승, 2015 초대 프리미어12 우승 등의 화려한 시절은 모두 과거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의 부진과는 별개로 KBO리그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역대 4번째로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인기를 회복했다. 1994년 두 번째 우승을 끝으로 오랜 세월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LG 트윈스가 무려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KBO리그의 인기를 주도했다. 여기에 kt 위즈와 NC 다이노스, SSG 랜더스, 두산 베어스가 벌인 중위권 순위경쟁도 매우 치열했다. 

매년 그런 것처럼 올해도 그 동안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신예들의 성장이 돋보였다. 모든 종목이 마찬가지지만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던 야구에서 신예들의 성장은 더욱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kt의 우완 셋업맨 박영현은 만 20세에 불과한 어린 나이에 리그 홀드왕과 한국시리즈 준우승,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휩쓸며 프로 데뷔 2년 만에 한국야구의 미래로 떠올랐다.

문동주-최지민-신민재, 올해 성장한 선수들

구단들은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유망주들을 지명해 육성한다. 유망주 육성은 실패 확률도 적지 않기 때문에 한 명의 유망주를 팀의 주축선수로 키우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과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응원하는 구단에서 열심히 키운 유망주가 팀의 기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올해도 많은 유망주가 구단과 팬들이 기대한 만큼, 때로는 기대를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했다.

매년 유망주가 성장하는 기쁨에 부진한 팀 성적도 용서가 되는 한화 이글스 팬들은 올해 최고 유망주 문동주의 성장을 확인한 즐거움이 가장 컸을 것이다. 작년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한 후 28.2이닝만 던졌던 문동주는 올해 23경기에서 8승8패3.72의 성적으로 신인왕에 등극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결승전 6이닝3피안타7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통해 한화는 물론이고 한국야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작년 전역 후 5경기에서 8.2이닝1실점을 기록했던 좌완 유망주 김기훈이 2승4.6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KIA 타이거즈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2년 차 좌완 최지민의 성장이라는 '의외의 수확'이 있었다. 작년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에 그쳤던 최지민은 호주리그를 다녀온 후 올해 58경기에서 6승3패3세이브12홀드2.12로 KIA의 주축 셋업맨으로 떠올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최지민은 금메달 획득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2018 시즌이 끝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LG로 이적한 신민재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195경기에 출전해 30안타22도루를 기록한 전형적인 대주자 요원이었다. 하지만 신민재는 올 시즌 서건창, 김민성 등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LG의 주전 2루수로 활약했고 122경기에서 타율 .277 78안타28타점47득점37도루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시즌 후반까지 정수빈(두산)과 치열한 도루왕 경쟁을 벌이며 '늦깎이 유망주'의 성공사례로 등극했다.

이 밖에도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오지환(LG)과 골든글러브 경쟁을 벌였던 박찬호(KIA)와 작년 평균자책점10.80에서 올해 2승3세이브11홀드1.58로 '환골탈태'한 백승현(LG), NC의 주전 3루수로 활약한 서호철 등 눈부신 성장을 보인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프로 데뷔 첫 승조차 올리지 못한 신인에서 올해 '국가대표 셋업맨'으로 성장한 박영현이야 말로 2023년을 대표하는 최고의 성장 캐릭터로 손색이 없다.

프로 2년 차 홀드왕, '리틀 오승환'까지 갈까

중학 시절까지 투타를 겸하던 박영현은 유신고 진학 후 투수에 전념해 매년 빠른 성장을 하다가 3학년이 되던 2021년 시속 152km의 강속구를 던지며 동성고의 문동주와 함께 고교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연고팀 kt에 1치지명을 받은 박영현은 2021년 주말리그와 전국대회를 합쳐 16경기에서 56이닝을 던지며 7승0.80 86탈삼진의 눈부신 성적으로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하며 학창시절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박영현은 프로입단 후에도 루키시즌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1군에서 보내며 52경기에 등판해 51.2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작년 kt의 불펜에는 45개의 홀드를 합작한 김민수와 주권 듀오가 있었고 박영현은 앞서는 상황이 아닌 근소하게 뒤지고 있는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박영현은 데뷔 첫 승도 기록하지 못한 채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세이브1홀드를 기록한 것에 만족하며 루키 시즌을 마쳤다.

흔히 루키 시즌에 좋은 성적을 올렸던 선수는 2년 차 시즌에 슬럼프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박영현은 오히려 2년 차 시즌에 자신의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켰다. 김민수의 부상과 주권의 부진 속에 올해 kt의 필승 셋업맨으로 활약한 박영현은 68경기에 등판해 75.1이닝을 소화하며 3승3패4세이브32홀드2.75의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30홀드의 베테랑 노경은(SSG)을 2개 차이로 제친 박영현은 프로 데뷔 2년 만에 생애 첫 홀드왕을 차지했다.  

박영현의 진가는 큰 경기에서 더욱 빛났다. 박영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4경기에 등판해 5.1이닝3피안타8탈삼진 무실점으로 1세이브2홀드를 기록하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박영현은 이어진 가을야구에서도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에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kt의 리버스 스윕을 이끌었다. 체력이 떨어진 한국시리즈에서는 3.2이닝2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박영현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2년 차 시즌이었다.

Kt는 올 시즌이 끝난 후 붙박이 마무리 김재윤이 4년 총액 58억 원의 조건에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김재윤이 떠나며 새 마무리를 찾아야 하는 kt에서 차기 마무리로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선수는 역시 박영현이다. 박영현은 구종은 비교적 단조롭지만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과감한 승부를 한다는 점에서 '돌부처' 오승환(삼성)과 비교되곤 한다. 과연 2023년 최고의 성장캐릭터 박영현은 오승환의 뒤를 잇는 최고의 마무리로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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