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트레이너이자 안무가 리정은 자신이 만든 블랙핑크의 안무를 기억하지 못해 은퇴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ENA 화면캡처
<혜미리예채파>는 강원도 춘천 외곽에 위치한 시골에서 촬영을 했지만 시골이라는 장소를 부각시키는 요소는 거의 없었다. 실제 대부분의 촬영이 집 안과 그 주변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사실 서울의 작은 스튜디오나 집을 빌려 촬영했어도 큰 무리가 없었다. <혜미리예채파>는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6명의 멤버가 각종 게임을 통해 텅 빈 집에 살림살이를 채워 가면서 나누는 케미와 시너지로 즐거움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2023년까지 방송됐던 예능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낮은 평균연령을 자랑했던 <혜미리예채파>는 방영기간 내내 한 번도 시청률 1%를 넘기지 못했다. 단순히 시청률로만 보면 실패한 프로그램에 가까웠지만 <혜미리예채파>는 높은 화제성과 OTT에서 높은 시청순위를 기록하며 젊은 대중들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여성중심예능이라는 트렌드를 더욱 트렌디하게 만든 TEO와 이태경PD의 색다른 도전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사실 <혜미리예채파>에서 멤버들이 도전하는 게임들은 멀리는 <무한도전>과 <1박2일>, 가까이는 <뿅뿅 지구오락실>을 통해 이미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던 게임들이 많았다. 특히 <혜미리예채파>는 젊은 여성들로 구성돼 있고 K-POP 요소를 첨가한 게임을 했다는 점에서 <뿅뿅 지구오락실>과 자주 비교됐고 실제 시청층이 겹치기도 했다. 심지어 <뿅뿅 지구오락실>의 안유진과 <혜미리예채파>의 예나, 채원은 아이즈원 멤버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흔히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에서는 AI나 미리 녹음된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게임진행을 하거나 공지사항 등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혜미리예채파>에서는 프리랜서 성우 강새봄이 녹화에 직접 참여해 실시간으로 방송을 하면서 출연자들에게 각종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게임을 진행하며 현장감을 더했다. 녹화 후반부에는 채원을 비롯한 일부 출연자들이 강새봄 성우의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했다.
녹화장소는 한적한 시골이었지만 각종 물건구입과 주문 등은 '키오스크'로 불리는 최첨단(?) 무인주문기계를 활용했다.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집에서 살기 시작한 멤버들은 제작진이 주는 각종 퀘스트를 수행해 캐시를 모으고 키오스크를 통해 직접 필요한 물건이나 음식을 주문했다. 처음엔 키오스크에 신기해 하던 멤버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노련하게 키오스크를 활용해 살림살이를 채우는 장면을 보는 것도 <혜미리예채파>의 재미요소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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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교체 없는' 시즌2 제작 가능할까
지난 3월 12일 첫 방송된 <혜미리예채파>는 5월 28일 12회 방송을 끝으로 첫 번째 시즌이 마무리됐다. <혜미리예채파>는 한창 눈이 쌓여 있던 겨울에 미리 녹화해 봄에 방송을 시작한 '사전제작예능'이었다. 제작진은 마지막회에서 넌지시 시즌2 제작 가능성을 내비쳤고 혜리를 비롯한 짓궂은 멤버들은 당시 앨범 발매가 임박했던 르세라핌의 채원을 언급하며 "채원이 빠지면 (이름에 '채'가 들어가는 잇지의) 채령이가 들어오면 되겠다"라며 채원을 놀렸다.
사실 제작진과 출연진의 바람과 달리 <혜미리예채파> 시즌2는 아직 제작 여부가 불투명하다. 미연과 채원은 이제 국내보다 해외 스케줄이 더 많은 글로벌 인기 걸그룹의 멤버이고 혜리는 TEO에서 제작하는 넷플릭스 예능 <미스터리 수사단>에 출연할 예정이다. 나머지 멤버들 역시 각자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심지어 <혜미리예채파>를 연출한 이태경 PD조차 아직 시즌제 예능을 연출했던 경험이 없다.
올해는 <나는 솔로>, <돌싱글즈> 등 연애 버라이어티와 거액의 상금을 두고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혜미리예채파>는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쓸 필요도, 상대를 이기기 위해 싸울 필요도 없는 프로그램이다. 그저 여섯 명의 멤버가 게임을 통해 살림살이를 채워 나가고 그 안에서 웃음을 주며 서로 우정을 나눈 것이 시청률 0%대였지만 올해 최고의 예능으로 손색 없는 <혜미리예채파>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