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KBL 프로농구 원주 DB와 수원 KT의 경기. KT에 82대 90으로 패한 DB 선수들이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2023.12.17
연합뉴스
거칠 것 없던 원주 DB의 독주체제에 적신호가 켜진 걸까. DB가 올 시즌 충격의 첫 연패를 당하며 무너졌다.
DB는 1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수원 KT에 82-90으로 패배했다. KT는 허훈이 안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도 외국인 선수 패리스 배스가 커리어 하이인 43득점 9리바운드의 원맨쇼를 펼쳤고, 정성우가 17점 7어시스트로 허훈의 공백을 잘 메우며 대어를 잡는 데 성공했다.
DB는 디드릭 로슨(24점 13리바운드)과 이선 알바노(21점 5어시스트)가 분전했으나, 빅맨 김종규가 이른 시간 파울 트러블에 걸리고, 박인웅까지 5반칙으로 퇴장당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특히 리바운드 싸움에서 33대 44, 공격 리바운드만 16개나 헌납하며 골밑을 압도당한 게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이보다 앞서 DB는 지난 15일에는 부산 KCC에게 88-94로 패했다. DB는 KCC전에서도 28-47(공격리바운드 허용 18개)로 리바운드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렸고 송교창-최준용의 두 장신 윙맨에게 무려 41점을 내주며 수비가 무너지는 등 KT전과 비슷한 패턴의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시즌 첫 연패를 당한 DB는 18승 5패(.783)로 여전히 선두는 지켰지만, 2위 창원 LG(16승 6패)에 1.5게임차이로 쫓기는 상황이 됐다. LG는 주말 2연전에서 16일 가스공사에게 덜미를 잡히며 6연승 행진이 끝났지만, 다음날 곧바로 서울 삼성을 93-75로 대파하며 DB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DB는 올시즌 2라운드 중반까지 13승 1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절대 1강으로 등극하는 듯 했다. 개막 7연승을 비롯하여 6연승과 4연승을 각각 한번씩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24일 SK전 2패째를 기점으로 최근 9경기에서는 5승 4패에 그치며 한때 역대 최다승 페이스를 넘보던 초반의 기세는 주춤하고 있다. 지난 12일 SK전부터 MVP 출신 가드 두경민까지 복귀하며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한 결과다.
'DB산성'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의외지만 현재 DB의 약점은 리바운드다. DB는 경기당 91.1점으로 전체 1위에 올라있지만 리바운드는 39.3개로 6위에 불과하다. 특히 상대팀에 공격리바운드 허용률이 무려 14개로 전체 1위다. 그만큼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더 많이 헌납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시즌 DB가 패한 경기들을 복기하면 대부분 리바운드 싸움에서 10개 이상 크게 밀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주성 감독도 그동안 이미 선수들의 느슨한 박스아웃과 리바운드 가담에 수차례 불만을 드러낸바 있다.
DB는 로슨-김종규-강상재로 이어지는 전원 2미터 이상의 장신 '트리플 포스트'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로슨은 정통빅맨이 아닌 포워드에 가깝고 김종규와 강상재도 1대 1 수비나 골밑플레이에 강점이 있다기보다는 슛이나 활동량으로 승부하는 빅맨들이다. 장신 센터 제프 위디는 아직 그리 중용되지못하고 있다. 정작 올시즌 DB의 진짜 강점은 높이를 활용한 골밑플레이가 아니라 트랜지션을 통한 빠른 공수전환에 있다.
대신 묵직하게 림프로텍팅을 해줄 선수가 없다보니 높이가 대등하여 미스매치를 유발하기 어렵거나 확실한 정통빅맨을 보유한 팀을 상대로는 고전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경기의 맥을 끊는 실책도 11.1개(전체 3위)로 선두팀 치고는 많은 편인데, 이 역시 속공 상황에서의 실책으로 흐름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2011-12시즌 경기당 67.9실점만 내주는 짠물수비와 느린 템포의 골밑 농구를 앞세워 정규리그 44승을 달성했던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의 원조 트리플포스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경쟁팀들의 상승세도 DB에게는 큰 위협이다. 시즌 초반에는 각 팀간 전력분석이 덜 된데다가 우승후보로 꼽힌 팀들이 부상과 조직력 문제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부상자가 적고 식스맨이 두터웠던 DB가 반사시익을 누린 측면이 있다.
하지만 DB 이상의 두터운 선수층과 수비력을 갖춘 LG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DB를 추격해오고 있다. DB는 지난 2일 LG와의 홈경기(70-91)에서 무려 21점차의 충격적인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여기에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초반 부진했던 KT와 KCC, SK 등도 차츰 퍼즐을 하나둘씩 맞춰가며 전력이 서서히 완전체에 가까워지면서 상위권을 노리고 있다. 반면 DB는 강상재-김종규가 잔부상을 안고 뛰면서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고, 두경민은 아직 많은 시간을 소화하기 어렵다. 자연히 로슨과 알바노의 공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올시즌부터 정식 감독의 DB의 지휘봉을 잡은 김주성 감독으로서는 전술적 능력을 검증할 첫 고비를 맞이했다.
그나마 DB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부분은 당분간 하위권 팀들과의 경기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DB는 21일부터 대구 한국가스공사(원정)전을 시작으로 23일 고양 소노(원정) 25일 울산 현대모비스(홈)까지 이틀 단위로 이어지는 경기 일정을 앞뒀다. DB는 이 세 팀에게 올시즌 6전 전승으로 아직 한번도 지지 않았다. 이어 29일 2위 창원 LG(상대전적 1승 1패)와의 리턴매치는 DB에게 선두 수성의 최대의 고비이자 빅매치가 될 전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