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JTBC
드라마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 사람들이 즐겨볼 수 있는 이야기. 그래서일까, 올 한 해도 인기를 끄는 많은 드라마들은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우리'를 말했다.
우리 함께 이 역경을 헤쳐나가요. 우리가 함께라면 행복할 거예요(여기서 '우리'는 가족일 수도, 연인일 수도, 그리고 조직일 수도 있다). 여전히 우리의 드라마들은 함께라야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 시절에 <사랑의 이해>는 중뿔난 드라마다 싶다. 드라마가 펼쳐내보이는 이야기의 결이 흡사 요즘 인기를 끄는 예능 '나는 솔로'와 같다.
'나는 솔로'에 등장하는 영숙, 상철, 옥순 등의 갑남을녀는 단 몇 회차의 시간 동안 적나라한 마음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그저 눈에 보이는 아웃핏으로 선택을 하던 이들이 중간쯤 각자의 스펙이 알려지는 순간 또 다른 이합집산을 펼친다. 외모와 스펙과, 거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하며 알게 된 '인간성' 등의 복잡한 셈법을 거쳐 최종 선택의 결과를 기다린다.
조건의 파고를 넘어 끌림의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 군상들의 이야기가 만만치 않기에 시청자들은 매번 새로운 영수와 영자의 이야기에 열광한 게 아닐까.
2023년 가장 진솔했던 사랑 이야기
<사랑의 이해> 역시 보고 있노라면 이 드라마가 말하는 이해가 이해(理解)인지, 이해(利害)인지 헷갈린다. 예전 스타일대로라면 '사랑 앞에 뭔 놈의 이해(利害)' 하겠지만 '핵개인'의 미래를 살아가야 할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사랑의 이해는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런 면에서 그 어떤 드라마보다 진솔한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드라마는 한 은행의 지점에 근무하는 하상수(유연석 분)와 안수영(문가영 분),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연수를 마치고 KCU 은행 영포점에 처음 배치됐을 때만 해도 고참인 안수영이 하상수에게 업무를 가르쳐줘야 했다. 그녀가 전해준 업무 노하우가 담긴 다이어리를 하상수는 두 손 모아 받아들었다. 하지만 대학을 나온 하상수와 고등학교만 나온 안수영의 관계는 곧 역전된다.
안수영은 갓 대학을 졸업한 하상수에게 업무를 가르쳐 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지만 일반직 전환에서 번번이 미끄러진다. 그런 안수영이 여전히 창구 전담직을 맡는 동안 연수원 실적 1등 하상수는 승진을 거듭한다. 그렇게 은행이라는 전통적 조직 내의 계급 속에 편재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음에 둔다.
하지만 조심스레 다가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엇물린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런 두 사람이 가진 사회적 딜레마를 그저 기존 러브 스토리들이 극복해야 할 사랑의 장애물처럼 다루지 않는다. 아니, 외려 두 사람의 사랑보다, 홀로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삶의 무게에 더 비중을 둔다. 그런 면에서 <사랑의 이해>는 말 그대로 '핵개인'의 이야기이다.
드라마는 하상수와 안수영의 관계 위에 박미경(금새록 분)과 정종현(정가람 분)을 얹는다. 직급은 대리에 불과하지만 날 때부터 VIP여서, 하상수에게 선뜻 외제차와 명품을 선물하는 박미경과, 갈 곳조차 없어 안수영에게 의탁해야 하는 공시생 청경 정종현의 등장으로, 사회적 계급의 층위는 적나라해지고 사랑은 복잡하게 얽혀든다.
안수영은 자신에게 한결같이 따스한, 그리고 사람들이 어울린다고 하는 정종현을 선택하고, 하상수는 자신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박미경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또 다른 불편함과 자괴감을 낳는다. 그렇다면, 다시 하상수와 안수영이 이루어지면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