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쇼박스
엄마가 깔아 둔 꽃 같은 인생, 내가 대신 살고 있는 거라던 진주는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벌하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 뒤늦게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불면증까지 겹쳐 사회생활이 힘들어져 버린다.
결국, 아픈 진주를 보다 못한 복자는 큰 결심을 한다. 딸과 접촉하면 기억이 사라져 인연이 끊어지는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말이다. 복자는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네 인생을 오래 살다 오라고, 내가 잊었어도 나를 기억해 달라'는 말을 해야만 했다. 딸이 제발 행복한 기억만 쌓아가길 바랐을 부모의 마음으로 또다시 희생하게 된다.
영화는 모녀 사이의 애틋함뿐만 아닌 다채로운 집밥을 눈으로 먹는 즐거움이 있다. 음식은 가족의 추억이자 정체성까지 아우르는 삶의 지도다. 딸이 엄마의 레시피로 기억을 더듬고 상처를 치유하며 추억을 쌓아가는 구조다. 묵은지 스팸 김치찌개, 맷돌아 콩 갈아 만든 두부, 무 넣은 만두, 추운 겨울 뜨끈한 잔치국수, 생일날 먹는 잡채와 미역국 등 집밥이 군침 삼키게 한다. 엄마의 손맛을 찾으려는 딸의 노력은 둘을 이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진주의 컬러링과 벨소리인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는 메인 테마곡으로 쓰여 감동을 더한다. 딸이 자기 전화를 받지 않아 지겹게 듣는 노래이자 먹먹한 장치로 쓰였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선율이지만 모녀 사이를 대변하는 가사는 마음을 콕 하고 찌르며 슬픔을 더해간다.
영화의 주제는 명확하다. '부모님 전화를 잘 받자'. 효도는 누군가가 대신해 주지 않는다. 내일로 미룬 효도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의 효도를 기다려 주지 않는 까닭이다. 있을 때 잘하자 괜한 후회하지 말고. 해야 할 말을 놓치고 후회하는 가족과 내 옆의 가까운 누군가에게 생각난 김에 당장 전화를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밥 먹었냐는 안부, 시답지 않는 농담일지라도 그들은 반드시 당신의 전화를 기다렸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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