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을 나르고 있는 한지민 “연탄과 한 몸이 되려고요” 강남구 구룡마을 판자촌에서 배우 한지민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이준길
장갑, 방한모자, 마스크를 끼고 부지런히 연탄을 나르는 긴 행렬 속에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혹시 한지민씨 아니세요?"라고 묻자 "연탄과 한몸이 되기 위해 집에서 가장 검은색 옷을 꺼내 입고 왔어요" 하고 대답했다. 한지민씨는 그동안 길벗 모임과 JTS가 주관하는 빈곤퇴치 거리모금에 20년째 참가해 오고 있다. 연탄을 나르던 중 "거리모금이 쉬워요? 연탄 배달이 쉬워요?" 하고 묻자 "둘 다 쉬워요. 늘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리모금을 못한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요"하고 대답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년 째 진행해 온 거리모금이 잠시 중단이 되었지만 나눔을 실천하자는 취지는 연탄 배달을 통해 계속 되고 있었다.
오늘 배달해야 할 연탄은 총 3000장. 길벗 모임과 JTS에서는 구룡마을에서도 가장 어려운 조건에 놓인 장애인, 중증 환자, 유공자 등 15가구를 선별해 가구마다 200장을 배달했다.
"1, 2, 3...... 198, 199, 200"
연탄을 하나씩 나를 때마다 몇 번째 연탄인지 모두가 숫자를 헤아렸다. 번호가 하나씩 불러질 때마다 연탄은 여러 사람의 손을 타고 집집마다 온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