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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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재미는 기본적으로 각본에서 나온다.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은 관객을 미궁에 빠트린다. 서로 다른 세 주인공의 시점에서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며 괴물의 정체를 쉽사리 확신하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같은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카모토 유지는 시점에 따라 정보를 공유하고 숨기기를 반복하면서 쉬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는 미나토의 이상 행동을 비추며 시작한다. 평소와 다른 아들을 보며 학교폭력을 의심하는 엄마 사오리. 그녀는 아들과 대화를 하고 난 후 담임교사 호리가 체벌을 했다는 확신을 갖고, 곧장 학교로 향한다. 그런데 학교 측 대응이 엉망이다. 호리는 잘못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다. 교장은 제대로 된 조사를 부탁하는 학부모의 탄원을 한 귀로 듣고 흘린다. 그러니 괴물의 정체는 확실하다. 학생을 보호하지 않는 학교가 괴물이다.
하지만 관객의 확신은 호리의 시점이 등장하자마자 바로 부서진다. 2막은 앞서 보인 호리의 부정적인 면모를 모두 반박한다. 그가 유흥업소에 출입했다는 소문, 미나토를 때렸다는 의심을 모두 제거한다. 오히려 미나토가 고양이를 죽이거나 같은 반 친구 요리를 때렸다는 새 정황을 제시한다. 심지어 체벌 교사로 몰린 후 호리의 일상이 잔인하게 무너지는 모습도 비춘다. 그 결과 3분의 2 지점이 되도록 <괴물>은 여전히 미궁이다.
미궁 속 진짜 괴물의 정체
그러다 보니 <괴물>이 무슨 이야기인지도 좀처럼 파악하기 어렵다. 얼마 전까지 핫한 이슈였던 교권 문제를 떠올릴 수도 있고, 일본 못지않게 항상 문제인 학교 폭력 이슈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답게 아이들의 시점에서 세 번째 이야기가 펼쳐지면 비로소 괴물의 정체도 밝혀진다.
미나토와 요리의 시점에서 그들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 함께 보낸 시간, 그들의 비밀장소와 비밀 놀이가 등장한다. 편지를 쓰는 그들만의 규칙, 마니토가 요리를 때린 이유 등 이전 시점에서 좀처럼 이유를 알 수 없던 사건의 전말도 비로소 드러난다. 우정이라기에는 깊고,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어린 그들의 미묘한 관계가 한 꺼풀씩 모습을 보인다.
이 지점에 이르면 괴물의 정체를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관용 없는 편협한 시선이 그 답이다. 두 소년은 그들의 관계를 떳떳이 드러내지 못한다. 부모와 교사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어떻게 볼지 걱정하니까. 실제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할 어른들은 미리 재단해 놓은 세상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기 바쁘다. 그 결과 걱정이 낳은 사소한 오해, 오해가 쌓인 편견은 미나토와 요리를 막다른 길로 몰아간다.
누구든 괴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