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 관련 이미지.
KBS2
20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카센터를 운영 중인 보호자 가족의 고민을 다뤘다. 이들은 한적한 카센터 뒤편 공간에 마련된 견사에서 알밤이를 키우고 있었다. 어떻게 진돗개를 키우게 된 걸까. 보호자는 경주의 어느 절에 스님이 키우던 개가 새끼를 많이 낳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입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알밤이는 보호자를 잘 따르는 늠름한 전형적인 진돗개였다.
산책을 위해 입마개를 착용시키자 알밤이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장면을 본 강형욱 훈련사는 어릴 때부터 사이즈를 늘려가며 자주 착용시켜 적응시키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입마개를 풀어 주었더니, 알밤이는 신이 나서 배변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폭풍 마킹을 이어가던 알밤이가 갑자기 멈춰섰다. 고양이를 발견하고 흥분한 것이다.
알밤이 평소 뱀, 쥐 등 땅에 숨어 있는 동물들을 잡고, 카센터 주변의 고양이를 공격했다. 다만, 개한테는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 강형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전이되는 경우들이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알밤이는 영역에 대한 개념이 확고해서 견사 옆의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온 직원을 향해 근육을 잔뜩 부풀린 채 으르렁대더니 이내 짖기 시작했다.
이쯤되니 알밤이가 사람에 대해 입질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보호자들은 알밤이가 여러 차례 사람을 물었다며, 그 부분이 가장 큰 걱정이라 토로했다. 그밖에도 가족원마다 다른 충성심을 보이는 경향도 눈에 띄었다. 아빠 보호자와 큰형 보호자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순하게 굴었지만, 작은형 보호자는 사실상 외부인 대하듯 행동했다.
"꽤 괜찮은 반려견이라고 느껴지는데 현대적이지는 않아요." (강형욱)
알밤이는 과거 개를 묶어 키우던 시대의 진돗개의 모습 그대로였다. 충성심 강하고, 주인에게 순종하며, 집을 지키는 용맹한 모습 말이다. 이렇듯 높은 충성심은 일부 토착견들이 특징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현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반려견이 공격성 없이 모두와 잘 어울리길 원하는 시대가 아닌가. 강형욱이 알밤이를 칭찬하면서도 안타까워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알밤이가 살고 있는 환경을 확인한 후 보호자 가족과 상담을 진행했다. 엄마 보호자는 알밤이를 가둬놓고 기르는 게 마음 아프다며, 보호자가 없을 때는 직원들이 실외 배변을 시켜줬으면 좋겠는데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얘기했다. 아마도 절에서 자유롭게 지냈던 알밤이가 상대적으로 좁은 견사에서 살게 된 게 미안했던 모양이다.
"저도 반려견이 있지만, 우리 개 산책은 저만 가능해요." (강형욱)
강형욱은 예상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심지어 그는 아내에게도 산책을 맡기지 않는다며, "저는 제 개를 아무도 못 만지게 해요"라고 못박았다. 또, 가급적 피치 못할 사정을 안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반려견은 자신이 철저히 책임진다는 의미였다. 어쩌면 보호자 이외의 타인이 반려견 산책까지 거들게 하는 건 보호자들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는 강한 포식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 문제는 개를 오인해서 공격하는 것과 유아에게도 공격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형욱은 수렵 활동을 계속할수록 흥분에 중독될 거라며 그 수준에 오르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흥분에 노출됐던 장소, 즉 기존의 산책로를 가지 말아야 한다. 그곳에 가면 또 다시 사냥의 기억이 떠오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알밤이는 예민한 개들, 그러니까 169회 캡틴이나, 175회 보문이와 달리 과미성과 충동성이 없었다. 수렵성이 강하지만 다른 종을 구별할 줄도 알았다. 낯선 사람을 보고도 전조 증상 없이 공격하지 않고, 꼭 으르렁하고 경고를 한 후에 짖었다. 또, 영역을 철저히 구분해 안팎의 위협 강도와 빈도가 달랐다. 강형욱은 "종합해보면 합리적인 개"라고 평가했다.
"문제를 찾자면, 보호자들의 바람이 문제인 거 같아요." (강형욱)
오리지널 진돗개의 표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