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컷
(주)더쿱디스트리뷰션
두 배우의 상반된 매력이 검도라는 스포츠와 만나 성장 영화의 면모도 풍긴다. 주종혁은 몸 쓰는 장면뿐만 아니라 떨리는 공기까지 표현해 장악력을 펼친다. 죽도가 부딪히는 소리, 잡아먹을 듯한 표호, 마룻바닥을 내딛는 걸음.
주종혁의 이름을 알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모술수 권민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종혁은 단숨에 떠오른 스타가 아닌 오랫동안 단편, 독립영화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내공 있는 배우다.
반면, 문진승은 차분한 카리스마로 시종일관 태수의 완력을 가볍게 튕겨 낸다. 마치 절대 무너지지 않는 벽 같은 존재라 고결함이 배가된다. 국대 후보 일순위답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얼음장처럼 단단한 마음의 소유자지만 가족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인간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형을 죽인 친구이자 아버지의 애제자였던 태수를 우직하게 연기했다.
결국 오래전부터 품었던 악의가 시간이 지나자 무엇을 위한 마음이었는지 정체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임을 깨닫는다. 그때부터 영화는 앙갚음을 떠나 정진이란 수행의 세계로 안내한다. 한계에 다다랐을 때 뒤처지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며 구도자의 길로 이끄는 기세는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볼 때 가능하다.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오롯이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승부가 검도인 것이다.
<만분의 일초>의 재우와 태수의 악연을 보며 '나라면 어땠을까' 되뇌어 보았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향한 칭찬과 반성을 해봤다. 나는 얼마나 올해 치열하게 살았는지, 잘한 것은 무엇이고 잘 못한 것은 없는지, 수많은 선택의 길에 마주했던 만분의 일초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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