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들> 스틸컷
CJ ENM
정지영 감독 데뷔 40주년을 맞아 작품을 돌아보면 소설 원작도 있지만 대부분 실화 바탕이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블랙 머니> 등 사법제도의 문제점과 부조리, 힘없는 약자의 억울함을 주로 다룬다. 실화 바탕 영화에 탁월한 재능과 마르지 않는 사명감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유명 재심 사건을 재구성해 스크린에 옮겼다. 모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다들 동조한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며,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 위치를 점검하며 미래를 예측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곡 없이 다루면서도 극적 장치를 두어 재미와 감동,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세상에는 기득권의 횡포와 소외된 사람들이 많기에 정지영 감독의 뚝심 있는 차기작을 계속 보고 싶어진다.
동년배 감독 중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감독이다. 정지영 감독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들 마음으로는 약자의 편이라고 하지만 침묵을 지키지 않나. 침묵을 이용해 권력자는 약자를 힘들게 한다. 가제였던 <고발>을 그대로 쓰고 싶었다. 가지지 못한 자들이 보는 시선을 더 담으려고 했다"고 소신 발언했다. 황준철 반장이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마땅히 주목받아야 할 사람은 살인자로 내몰린 세 소년과 진범이지 않을까. 그래서 제목이 <소년들>이 된 건 아닐지 생각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에 수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진범은 미안해서 울고 소년들은 억울하고 분해서 함께 울었다. 그들을 엇갈린 운명으로 내몰았던 주체가 처벌 받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20년도 더 된 사건을 또다시 소환한 이유는 나와 가족, 지인이 같은 일을 반복해서 겪지 않아야 한다는 의도였으리라 짐작한다. 꾸준히 이 같은 사건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세상을 조금이나 바꾸어 가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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