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킬러> 스틸컷
넷플릭스
필요한 물건은 아마존이나 홈디포에서 구매하고, 식사는 편의점이나 스타벅스, 맥도날드에서 해결한다.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체크하고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는다. 조직이 지원해 주는 최첨단 장비나 백업 팀도 없다. 오롯이 혼자 모든 것을 생각하고 제거하며 처리한다. 때로는 배달부, 청소부, 관광객으로 변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반복했던 습관이지만 자꾸만 어긋난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은 달라 의아한 행동을 일삼는다. 변호사, 짐승, 전문가, 의뢰인으로 타깃을 좁혀가는 사이 살인은 공허해지고 의미 없이 흘러간다. 그는 반복해서 신념을 되새기며 마인트 컨트롤을 시도한다. 의뢰받은 만큼의 대가에 집중하고, 공감과 돌발행동은 금물이며,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무엇을 위한 복수인지, 자신마저 납득하지 못할 위기를 맞는다. 마지막에 다다르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획대로 하지 않고 은신처로 돌아온다. 한가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유독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미세하게 떨리는 눈은 실수의 반복을 예고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평생 실수와 모순을 만회하고,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한 헛발질이 인생이라는 걸 깨달은 달관자의 표정일지도 모르겠다. 끝없는 기다림과 단조로운 패턴에 익숙했던 차가운 킬러가 비로소 뜨거운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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