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스틸영화 스틸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황야의 무법자>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 등으로 잘 알려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자신의 평생 숙원이던 영화역사에 길이 남은 걸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촬영 당시 예정된 기한을 3배나 초과했다고 전한다. 물론 시나리오나 감독의 연출력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로 예산은 원래대로 집행되었다.
다만 촬영현장을 지켜 본 감독의 가족과 스태프들이 회상하길, 감독은 10여 년 넘게 걸린 해당 작품의 촬영장에서 떠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제 완성된 영화가 내 손을 떠나면 어떻게 하나 심정이었을 테다. 조현철 감독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사례와는 궤가 다르긴 해도, <너와 나>에 대해 너무나 간절하고 애틋해 차마 작별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던 영화 속 주인공들의 심정과 다를 바 없었을 게 분명하다.
새미 역 박혜수, 하은 역 김시은 배우는 근래 한국영화를 주시해온 이들이라면 낯이 익은 얼굴들이다. 여기에 그들의 친구들로 등장하는 오우리, 이도은 등의 신예 독립영화 출신 배우들 역시 그림처럼 잘 녹아든다. 두 주인공의 합은 이 영화의 개연성을 확보하는데 필수일 만큼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데 감독 역시 이를 명확히 간파하고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조금 더 활약했더라도 괜찮아 보인다. 반면에 주변의 '어른' 캐릭터들은 다소 기능적 캐릭터에 머무는 편이다.
물론 이 영화에는 단점도 적지 않다. 감독의 순전한 집념 때문에 통상적인 밸런스를 초과해 거듭되는 부분도 누누이 언급한 것처럼 꽤 있지만, 그저 군더더기로 여겨질 법한 장면도 제법 존재한다. 배우로서 일정한 경력을 축적한 감독의 지인들이 물심양면 총출동해 화면 구석구석을 메우고 있기에 숨은그림찾기의 재미도 발생하지만 굳이 이들이 등장할 필요가 크게 다가오지 않는 장면에서 눈에 띄는 바람에 몰입이 방해되는 경우가 왕왕 드러난다.
올스타 조연과 특별출연으로 가득히 채워진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뿌듯함보다는 낭비적 요소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떤 장면은 이야기 전개에 필수적이기보다는 그들에게 몫을 나눠주기 위해 늘어진다는 기분도 든다. 그래서 현장에서 감독의 폭주와 주변의 방치가 맞물린 소모적 결과는 혹시 아닐까 하는 혐의가 슬쩍 씌워지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너와 나>는 '실낙원'을 향한 좌절과 회한이 비판의식이 아니라 상실감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완성된 결실이다. 우리가 사회적 비극을 기억할 때 그것이 초래한 파국으로 각인할지, 아니면 잃어버린 것들의 소중함으로 포장할지는 선택의 몫이다.
이 영화는 명백히 후자의 방향을 취했고 그런 방향으로 세상의 끝까지 자신이 갈 수 있는 한 나아가고자 결의하고 실행한 결과물이다. 이제 해석과 수용은 관객에게 넘어간 몫이 될 테다.
<작품정보>
너와 나 The Dream Songs
2022|한국|드라마
2023.10.25. 개봉|118분|12세 관람가
감독 조현철
주연 박혜수(세미 역), 김시은(하은 역)
출연 이도은(한나 역), 박서경(예진 역), 오우리(다애 역),
이태경, 강애심, 김신비, 박정민, 길해연, 박원상
제작 ㈜필름영
배급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대성창업투자㈜
공동제공 싸이더스,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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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