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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학→이종열, 삼성은 왜 프런트 혁신을 택했나

길어지는 암흑기... 내부 인사 고집 등 버리고 선수 출신 외부인사 선임

23.10.16 13:40최종업데이트23.10.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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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삼성 라이온즈 신임 단장 삼성 구단은 16일 이종열(50) 단장을 새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종열 삼성 라이온즈 신임 단장삼성 구단은 16일 이종열(50) 단장을 새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연합뉴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홍준학 체제와 결별하고 이종열 SBS 스포츠 해설 위원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은 10월 16일 이종열 단장의 선임을 발표했다.
 
삼성의 선택은 파격적인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종열 신임 단장은 삼성 구단 역사상 '최초의 프로 선수 출신 단장'이자, 40년 만에 삼성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외부 영입 인사 출신 단장이기도 하다.
 
삼성 구단 역사상 최초의 선수 출신 단장은 프로 초창기인 1983년 2대 단장을 역임한 실업야구 출신 김삼용 단장이 있지만, 프로 선수 출신으로는 이종열 단장이 최초다. 또한 이 단장은 1991년 데뷔 이래 2009년 은퇴하기까지 LG 트윈스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다. 프로 통산 19시즌 동안 통산 1657경기에 출전하며 1175안타를 기록했다.
 
은퇴 후에는 친정팀 LG에서 1군-육성군 코치, 국가대표팀 전력분석원과 수비코치, 기술위원, KBO 전력강화위원, SBS스포츠 야구중계방송 해설위원 등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다. 이 단장은 야구계에서 대표적인 '학구파 야구인'으로 통하여 끊임없이 공부하며 노력하는 모습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길어지는 암흑기, 삼성의 결단

삼성은 2023시즌 현재 61승 1무 82패, 승률 .427, 8위로 시즌을 마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최종 순위는 16일 9위 한화(58승 6무 79패)의 경기가 끝난 뒤 결정된다. 2022시즌 7위에 그친 데 이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단장 교체는 최근 삼성의 길어지는 암흑기에 대한 문책성의 성격이 강하다. 삼성은 2010년대 전반기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호령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로는 단 1회(2020년 3위)를 제외하면 6번이나 가을야구 진출조차 실패하며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맞이했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모기업 출신 내부 인사들을 중용해왔다. 제3대 노진호 전 단장부터 바로 전임인 홍준학 단장까지 모두 삼성 계열사 혹은 삼성 구단 프런트 직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이 KBO리그의 명문구단으로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데는 모기업의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프런트의 운영능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왕조의 말년이던 2015년, 구단 운영 주체가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옮겨지면서 야구단의 성적도 급격한 추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기간 프런트를 이끌었던 안현호와 홍준학, 두 전임 단장은 말단 직원시절부터 함께하며 구단의 내부사정에 누구보다 밝고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었기에 팬들도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정작 단장 취임 이후로는 삼성 팬들은 물론 야구계에서도 평가가 좋지 않았다.
 
가을야구 단골손님이던 삼성이 2010년대 중반 이후 몰락한 데는, 현대야구에서 중시되는 장기적인 육성과 시스템을 경시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야구는 감독이나 선수 중심의 현장 중심의 야구에서 프런트 야구로 비중이 옮겨간 지 오래다.
 
삼성은 몇 년간 리빌딩과 윈나우 사이에서 확고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왕조 해체기를 맞이하며 기존 주축 선수들을 거의 지키지 못했고, 이들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세대를 키워내는 데 소홀했다. FA 영입이나 트레이드에는 나름 적극적이었으나 성공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았다.
 
삼성은 제일기획 이관 이후 모기업의 투자 의지 부족이 구단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곤 했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면 돈을 안 쓴 것은 아니지만 효율성이 떨어졌다. 강민호처럼 드물게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오버페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입이 많았다. 전력의 주축이 되어야 할 20대 유망주와 외국인 선수들은 부상과 슬럼프도 매년 냉온탕을 오가는 기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몇 년째 누적되며 삼성은 주전 선수 몇몇이 부진하면 팀 전체가 무너질만큼 스쿼드의 두께가 얇아지는 한계를 드러냈다. 감독 선임 역시 능력 검증보다는 순혈주의와 구단 친화적인 인사에만 치중한 것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삼성이 전통적으로 감독보다 프런트의 권한이 막중한 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보수적인 인사를 고집해오던 삼성이 선출이자 외부인사인 이종열 단장을 영입한 것은 '전문성 강화'와 '프런트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삼성 구단은 "신임 이종열 단장이 최신 야구 트렌드에 맞는 강한(Win) 팀, 그리고 팬들에게 사랑받는(Wow) 팀으로 만들어줄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 단장은 삼성 구단을 통해 "명문 구단에 오게 돼 기쁘고 벅차다. 최근 삼성은 전력이 약해졌기에 여러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팀의 상황을 진단하며 "앞으로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 지속 가능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종열 단장이 앞으로 삼성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KBO리그 최고 명문팀의 자부심이 무색하게 극심한 암흑기를 겪고 있는 사자 군단이 '프런트 개혁'을 통하여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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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이종열단장 홍준학 프런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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