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남포동 광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남포 피날레'
성하훈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가 9일 폐막식 격인 남포 피날레 행사를 끝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커뮤니티비프는 비록 4일간의 짧은 행사였으나 부산영화제의 출생지인 남포동으로 관객들을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만드는 행사라는 특징을 활용해 상영관마다 빈자리가 많지 않을 정도로 반응도 뜨거웠다.
특히 해운대에서 찾아오는 관객들에 더해 커뮤니티비프만을 위한 관객층이 따로 형성되는 모습도 엿보였다. 서울대 영화동아리 얄라셩의 이전 작품과 최근 작품, 이화여대 영화동아리 누에에서 창작된 작품을 상영했는데, 서울대 얄라셩 작품 상영에서는 1970년대 대학 영화운동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연구자들이 참석해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2018년 이후 꾸준한 고민을 통해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영화제에서 소외됐던 세대들까지 아우르면서 부산영화제의 폭을 넓히는 데 톡톡히 기여하는 모습이다.
"관객 프로그래머 또 도전하고 싶어"
6회를 맞이한 커뮤니티비프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리퀘스트 시네마는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돼 영화를 선정할 수 있는 매력 덕분에 관객들의 적극성이 도드라졌다. 최소 30명~50명 정도의 최소 관객이 모여야 상영이 확정되는데, 상영 때는 이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찾아 빈자리가 드물 정도였다. 커뮤니티비프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그래머 공모 과정에서 수십 명이 신청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10:1에 가까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영화 선정을 맡게 된 관객 프로그래머들의 선택도 절묘했다. 대표적으로 <장화홍련> 상영은 2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에서 자축행사의 성격이었다. <거미집>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은 김지운 감독과 임수정 배우가 참석해 관객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2000년대 초반 영화를 미처 관람할 수 없었던 관객들에게는 거장 감독의 이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영화제를 통한 숨겨진 영화 보물찾기와도 같았다. 예전 명작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작들 위주로 구성된 해운대의 영화제와는 색다른 구성이었다.
장화홍련전을 기획한 관객 프로그래머 R군(영화 칼럼니스트 황홍선)은 뿌듯함과 함께 감동을 나타냈다. 그는 "예전에도 관객 프로그래머에 신청했다가 떨어졌다"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관객 프로그래머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기획만 했고 모든 준비는 영화제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이 다하셨다"며 "너무 멋진 준비를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