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폭력적인 환경과 뒤틀린 어른들이 한 소년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과 휩쓸린 선택을 다루고 있다. 지옥 같은 명안시에서 나고 자란 두 남자가 우연히 가까워지며 서로의 상처를 알아차리는 이야기다. 과정이 위태롭고 행복한 결말이 아닐 줄 알면서도 잔혹한 세계를 걸어가며 위험한 상황이 펼쳐지는 정통 누아르 장르다. 보고 나면 썩 기분이 좋지 않다. 출구 없는 곳에 떨어져 절망으로 가득한 마음을 갖게 된다.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하고 볕이 들지 않는 지하실까지 파고드는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은 듯 염세적이다. <파수꾼>, <거인>이 떠오르는 아픈 상처를 다룬 십 대를 주인공으로 한다.
치건과 연규 둘은 많이 닮아 있었다. 한 번도 명안시 밖을 나가 본 적 없는 토박이로 가족의 불화, 얼굴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롤모델이 되어야 할 아버지도 부재다. 제대로 된 어른을 보고 자란 적도 없다.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구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발목 잡혀 허우적거릴수록 더욱 파고드는 덫에 체념한 상태다. 치건과 연규 모두 불행한 삶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연규의 마지막 행동을 통해 실낱같은 희망을 선사하려 했다. 지옥 같은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 연쇄적인 고리를 끊어 낼 수 있는 존재, 괴물의 탄생을 미성년으로 두어 의미심장하다. 300만 원으로 시작된 인연과 불행 서사는 보는 이에 따라 긍정으로도 부정으로도 읽히기 때문일 거다. 영화는 시종일관 둘이 몸담은 도시, 조직, 가족을 음울하게 다룬다.
송중기의 거친 분위기, 신예 홍사빈의 처절한 연기, 가수의 이미지를 버린 김형서의 변신에 반가움이 크지만 관객에게 공감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지만 폭력과 잔인함 수위가 꽤 세다. 그로인한 피로도는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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