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시청자 중에서도 궤도의 공리주의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두뇌 서바이벌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데블스 플랜>은 애당초 기존의 두뇌 서바이벌과 다른 구조로 설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결정적으로 '데스 매치'가 없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피스만 확보한다면 탈락자가 없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데블스 플랜>에는 메인 매치 후 상금 매치가 이어진다. 최대 상금 5억 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플레이어 간의 협동이 필수이다. 메인 매치에서 살벌하게 경쟁했던 플레이어들이 상금 매치에서는 한 팀이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상금 매치 '그림 기억'에서 서동주가 10문제를 모두 맞히며 올킬을 달성해 영웅이 됐지만, 암기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된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한편, 최약체로 지목됐던, 그러니까 곽준빈이나 하석진이 말하는 소위 '떨어질 사람'으로 지목된 플레이어가 정말 최약체일까. 초반에 별다른 활약을 못했던 유민은 상금 매치 '양팔 저울'에서 궤도와 한 조를 이뤄 든든한 활약을 펼쳤다. 서동주와 하석진은 각 조에서 에이스로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계산에 실패했다. 차라리 유민이 저들을 대신했다면 상금이 추가됐을 것이다.
가장 많은 눈총을 받고 있는 연우도 활약이 미약하다. 감옥에 두 차례나 다녀왔을 정도로 게임 내 존재감이 없다. 일반적인 두뇌 서바이벌이었다면 초반 탈락이 유력한 플레이어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생존했다면 그것조차도 하나의 능력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혹시 후반부에 전문 분야인 바둑과 유사한 게임('나인 멘스 모리스', '4인 3목')으로 대활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궤도가 꿈꾸는 세상은 예외적이다. 안팎의 불만이 쌓이며 위태롭기까지 하다. 탈락자가 적어서, 경쟁 구도가 또렷하지 않아서 <데블스 플랜>이 심심하다는 항의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애당초 데스 매치를 없애고 새로운 그림을 그릴 공간을 마련한 제작진의 몫이지, 그 안에서 자신만의 답을 제시한 궤도의 책임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이 불만이라면 게임 내에서 궤도의 연합을 파훼하면 될 일이다.
모두를 살리겠다는 궤도의 공리주의는 선하지만 완전하지 않다. 언젠가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궤도는 고뇌한다. 자신의 입장을 고수할지 변경할지 고민한다. 아직까지 결과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경쟁과 탈락이 판치는 두뇌 서바이벌에 새로운 구도를 제시한 건 분명하다. 궤도가 꿈꾸는 세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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