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액터스 하우스 : 한효주' 현장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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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라는 배우는 어떻게 카메라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선택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깁니다. '나는 왜 대중 앞에 나서는 삶을 살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을 언제 처음 해보셨나요?
"대중 앞에 나서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고요. 저도 그게 참 신기해요. 제가 어떻게 갑자기 이 일을 하고 싶어서, 그 청주에서. (웃음) 정말 작은 동네에서 근데 갑자기 고등학교 때 연기가 하고 싶어서 왜 이 꿈을 꾸게 되었는지 저도 지금 그게 신기하고 운명처럼 다가왔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처음 들어설 때는 이런 배우로서의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조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고요. 여전히 저는 사실 조금 버거워요. 연기를 하는 건 너무 좋아요. 아까도 막 캐릭터 이야기하고 이런 건 그 과정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고 했잖아요. 그건 정말 제가 좋아하는 일인 것 같아요. 재밌거든요. 그래서 지치지 않고 이렇게 오랜 시간 해올 수 있었던 거 같고. 참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중 앞에 서는 일은 여전히 너무 어렵고 힘들고 제가 상상하고 생각했던 삶은 아닌 것 같아요.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저는 불편하고 힘든 순간들이 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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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 배우의 필모들을 보면 굉장히 부지런히 살아온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어쩌면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계속 연기를 해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 의심을 스스로 어떻게든 돌파해 내는 방법이라는 게 일을 해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구나. 자신 스스로?
"그게 제일 편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고 연기를 하기 위해 현장에 있고, 그런 순간들이 저를 살게 하고 의심하지 않게 하고. 오히려 현장 밖에서의 저는 다닐 때도 불편한 일이 많은데 현장에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어떤 쓸모 있는 사람인 것 같고. 그래서 항상 너무 힘들 때는 일을 하면서 거기서 좀. 늘 제가 허우적거릴 때는 연기를 하고 촬영장에서 사람들이랑 함께 있고 할 때 제가 건강해졌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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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좋은 선배들의 영향을 받아서 나아왔다면 이제는 정말 좋은 선배가 되어서 현장을 아름답게 물들여야 하는 시기가 됐단 말이죠.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적은 다른 동료 배우들과 함께하는 현장에서 한효주 배우는 어떤 태도를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정말 찬란했던 20대를 보내고 30대에 들어서면서 시간이 너무 빨라서 그런 순간이 금방 오더라고요. 지금 현장 가면 스태프들이 선배님이라고 부르는데 아직도 너무 화들짝 놀라요. '제가 선배인가요?'(웃음) 그런데 정확히는 <해적>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 제가 캡틴이었잖아요. 여자 두목인데. 캐릭터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현장에서도 제가 리드를 해야 할 것 같고. 그 수많은 남자들 사이에 여자는 저 하나인데 제가 캡틴이에요. 그렇게 되더라고요. 뭔가 이 영화에 대한 책임감도 더 커지고 사람들도 다 챙겨야 될 것 같고. 늘 책임감은 있었지만 <해적>을 할 때는 좀 달랐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말씀해 주셨던 그런 마음들이 생긴 게. 그러면서 다른 선배님들 생각도 많이 났고. 20대 때는 제 연기만 잘하면 됐는데, 캐릭터를 잘 해내기만 했으면 됐는데. 이제는 조금 다른 얘기가 됐어요. 흥행 여부를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촬영하는 동안에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이만큼 달라질 수 있구나. 더 잘해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죠. 아직도 제가 선배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현장에 있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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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