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미집>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거미집>은 영화관을 나서면서 다시 시작된다. 유튜브, OTT, 틱톡 등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판치는 시대에 왜 영화를 찍고 봐야 하는지 이유를 묻고 답한다. 132분 동안 컴컴한 영화관에 갇혀 불특정 다수와 함께 본 감상을 주고받으며 '영화란 무엇인지' 본질을 되짚어 보게 한다.
영화를 뼛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60-70년대를 이끌었던 감독을 향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치정, 공포, 스릴, 멜로, 괴기물까지 다양한 장르로 변주한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 <화녀>, <충녀>,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가 떠오르는 의도적 클리셰가 난무한다. 메타 영화, 액자식 구성 때문에 숨겨진 메시지나 상징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영화를 향한 격한 사랑을 담아 <바빌론>을 찍었듯이 김지운 감독의 영화 고집이 녹아들어 있다. 영화에 진심인 인간 군상이 뒤섞이며 조화를 이룬다. 창작자의 고뇌와 순수 예술과 대중성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영화인을 다독이는 위로가 큰 힘이 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처럼 영화 만들기에 진심인 사람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최선을 다한 현장의 프로덕션 노트 같다. 무엇보다, 한 티켓으로 두 개의 영화를 본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을 장편으로 보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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