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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동심에 대한 '잔혹한' 상상

[리뷰] 영화 <이노센트>

23.09.04 10:52최종업데이트23.09.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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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센트> 포스터
<이노센트> 포스터(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 <온다>에는 아이들의 잔혹함을 언급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영화는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모르기에 아이들은 더욱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임을 언급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델마> 등 현재 덴마크를 대표하는 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각본가로 유명한 에실 보그트가 연출을 맡은 <이노센트>는 소재를 섬세하게 잡아내는 장점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순수와 무지에서 비롯된 죄와 비극을 조명한다.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놀랍게도 할리우드 히어로물에서 볼 수 있는 초능력이다.
 
<이노센트>는 네 명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이다는 자폐증을 지닌 언니 안나와 함께 이사를 온다. 이다에게 안나는 부모의 사랑을 빼앗고 자신을 귀찮게 만드는 존재다. 때문에 안나의 살을 몰래 꼬집는 행동을 반복한다. 불편함에서 시작된 이다의 행동은 잔인한 폭력으로 연결된다. 안나의 신발에 몰래 유리조각을 넣어 다치게 만들며 환한 미소를 보인다. 이다가 처음 사귄 친구는 초능력을 악의 힘으로 사용하는 벤자민이다.

초능력을 행하는 아이들
 
 <이노센트> 스틸컷
<이노센트> 스틸컷(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벤자민은 외적인 환경 때문에 문제를 겪고 있는 소년이다.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푸는 싱글맘 밑에서 인종 차별 때문에 마음에 악을 품은 외톨이로 성장한다. 이다를 만난 벤자민은 빠르게 친해지면서 행복을 느낀다. 벤자민은 이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친해지려 한다. 고양이를 죽이면서 이것 좀 보라는 벤자민의 말은 잔인한 행동과 상반된 선한 의도로 이질감을 준다.
 
벤자민이 히어로 영화에서 빌런에 해당하는 위치라면, 아이샤와 안나는 히어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선한 마음을 지닌 아이샤는 안나와 친해진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그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아이샤는 안나와 연결되어 그 소통의 창구가 되어준다. 아이들은 함께 모여 있는 것만으로 빠르게 친해지지만, 그만큼 쉽게 갈라지기도 한다. 
 
사소한 갈등을 계기로 벤자민은 아이샤에게 폭력을 행한다. 이를 계기로 벤자민과 안나는 충돌을 겪는다. 이들의 공통된 능력은 염력이다. 에실 보그트 감독은 히어로물의 대결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설정에 공을 들였다. 먼저 선에 해당하는 아이샤와 안나는 서로의 힘을 합쳐와 완벽한 존재가 된다. 반면 벤자민은 아이샤와 안나의 능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악의 모습을 보인다.

독창적이면서 섬세한 소재
 
 <이노센트> 스틸컷
<이노센트> 스틸컷(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영화는 선이 힘을 합쳐 악을 이긴다는 히어로물의 구성을 답습한다. 벤자민은 주변 사람을 밀어내는 척력, 안나는 끌어당기는 인력의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히어로와 빌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다크 나이트>의 정신을 계승한다.

이런 점만 보면 초능력을 가지게 된 소년들의 다툼과 방황을 지닌 조쉬 트랭크 감독의 <크로니클>이 연상된다. <이노센트>가 이런 비슷한 작품들과의 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핵심은 성장이다.
 
유년시절은 내적 또는 외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시기다. 때문에 누구를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작품이 네 명의 아이들 중 유일하게 초능력이 없는 이다를 주인공으로 택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다는 초능력이 없기에 선과 악 그 어디에 서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지 않다. 초반 악에 가까웠던 이다는 벤자민의 흑화와 위기에 빠진 안나를 통해 성장한다. 
 
<이노센트>는 순수하기에 더 악해질 수 있고, 동시에 성장이란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공포 스릴러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적인 매력으로 풀어냈다.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말처럼 아이들의 시선에서 가질 수 있는 고민과 아픔, 이를 함께 이겨내는 우정과 연대를 담아낸 시선이 인상적이다. 독창적이면서 섬세하게 소재를 풀어내는 에실 보그트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만낄할 수 있는 영화라 하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이노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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