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게임
EBS
국경을 넘는 건 말 그대로 목숨을 거는 일이다. 여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산에 버려지기도 한다. 강을 건너다 익사하기도 한다. 경찰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고, 원주민들은 몽둥이를 들고 난민캠프에 몰려와 망명자들을 내쫓는다. 시계도, 돈도 빼앗기기가 일쑤다. 난민 캠프에서는 캔 참치면 감지덕지, 그래도 소년들은 '닭고기가 먹고 싶어요'라며 웃는다.
코로나는 이들의 여정을 더욱 막막하게 만들었다. 국경은 더욱 견고하게 봉쇄됐다. 그런 가운데 망명 루트를 제공하는 이른바 '밀수업자'들이 정한대로 그들은 떠나야 한다. 1년간 함께 했던 친구 '와카스'와도 헤어졌다. 친구와 함께 가고싶다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 혼자가 된 외로움을 감당해야 하는 건 오직 SK 자신의 몫이다.
세르비아에서 루마니아로 국경을 넘는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하지만 '게임'에 졌다. 기차에 뛰어올라 국경을 넘으려 했지만 경찰이 기차 밖으로 그를 던져버렸다. 속상해 할 여유도 없이, SK는 다시 게임에 나선다. 서너시간 쪽잠을 자는 일정의 연속. SK는 점점 머리가 둔해지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그래도 그는 말한다.
"너무 속상하지만 울지 않아요. 언젠간 해내리라 믿어요. 도착하면 편해지겠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거예요."
열흘씩 연락이 두절됐다가 다시 어렵다시 연락이 된 두 감독에게 나시리는 말한다. "반가워요. 그래도 내가 죽으면 궁금해 할 이들이 있어서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알아 줄 사람이 있잖아요."라고.
다시 컨테이너 게임을 하게 된 나시리, 물 한 병이랑 비스킷 하나, 그리고 소변 볼 병 하나로 사나흘을 버텨야 한다. 그렇게 헝가리로 향하지만, 잡혀서 쫓겨난다. 열까지 나는 상황, 그러나 나시리는 다시 도전한다.
트럭을 실려, 체코를 거쳐 콜린에 도착했다. 트럭 운전수는 소년들을 보고 욕을 내뱉었지만 SK는 말했다. '감사하다'고. 2년에 걸친 생존을 건 '게임' 끝에 벨기에의 브뤼셀에 도착한 나시리는 이제 드디어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부푼다. 정말 희망은 가까이 온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