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네이마르3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3차전’ 파리 생제르맹(PSG) 대 K리그1 전북 현대 경기에서 PSG 네이마르가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오넬 메시-크리스티아누 호날두-카림 벤제마에 이어 또 한 명의 월드클래스 슈퍼스타가 유럽무대를 떠났다. 브라질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네이마르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을 떠나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로 이적했다.
알 힐랄은 8월 16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하여 네이마르의 영입을 발표했다. 정확한 이적료와 몸값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복수의 외신들에 따르면 알 힐랄은 네이마르를 영입하기 위하여 약 1억 유로(약 1461억 원)의 이적료를 투자했으며 네이마르는 향후 2년 동안 3억 달러(약 4015억 원)의 천문학적인 연봉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네이마르의 알 힐랄 이적설이 제기되었을 때 유럽 언론에서 예상한 연봉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다. 호날두가 2022-2023시즌 알 나스르와 계약하면서 알려진 연봉인 약 2억 유로(약 2915억 원)도 가뿐히 뛰어넘는다.
세계축구의 큰 손으로 떠오른 중동축구는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슈퍼스타들의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사우디 프로폐셔널리그는 최근 1년여간으로 범위를 좁혀도 호날두, 사디오 마네,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이상 알 나스르), 벤제마, 은골로 캉테, 파비뉴(이상 알 이티하드), 리야드 마레즈, 에두아르드 멘디, 피르미누(알 이티하드), 칼리두 쿨리발리(알 힐랄), 조던 헨더슨(알 이티파크)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슈퍼스타들을 대거 영입하는 데 성공하며 '지구방위대', '올스타 리그'로 불릴 정도다.
과거에는 은퇴를 앞둔 노장들이 말년에 이르러 부담이 적은 환경에서 큰 돈도 벌고 선수생활을 편안하게 마무리하기 위하여 중동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베테랑이나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도 있지만, 아직 기량이 건재하거나 불과 얼마전까지 최상위 레벨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이 늘어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네이마르의 사우디행 역시 이런 케이스에 해당한다. 한국축구의 간판 손흥민 역시 지난 여름 사우디 알 이티하드로부터 거액의 이적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유럽에 남았다. 네이마르와 손흥민은 1992년생 동갑내기다.
네이마르의 사우디행을 놓고 축구계와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물론 프로 선수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구단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중동축구가 네이마르를 비롯한 축구스타들에 제시한 파격적인 연봉이나 각종 복지 조건들을 보면 누구라도 흔들리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돈 때문에 한창 전성기의 선수로서 축구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야망과 기회를 포기한 것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네이마르의 사우디행은, 그의 오랜 꿈이었던 '발롱도르'와 빅리그에서의 '홀로서기'가 결국 실패로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네이마르는 2010년대 이후 브라질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군림했다. 브라질은 네이마르가 펠레-호마리우-호나우두-호나우지뉴-카카 등 역대 삼바축구의 영광을 이끌어온 레전드들의 뒤를 이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어 기대했다.
20대 초중반까지 네이마르는 그 기대에 걸맞는 선수로 성장했다. 브라질 리그 산투스 시절 남미의 챔피언스리그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을 이끌었고, 이후 유럽으로 건너와 세계 최고명문 바르셀로나에서 2014-15 시즌 트레블(3관왕) 등 수많은 우승에 기여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 통산 124경기 77골로 자국축구의 전설인 펠레와 최다득점 공동 1위에 올라있으며, 3회의 월드컵 본선출전과 2016 리우올림픽(U-23) 금메달 등에 기여했다.
야망이 컸던 젊은 네이마르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7년 네이마르는 돌연 바르셀로나를 떠나 당시 축구 역사상 역대 최고 이적료로 프랑스리그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을 선택했다. 당시 바르셀로나에서는 메시라는 '거대한 산'이 존재했고, 개인적으로 절친했지만 네이마르는 메시가 있는 한 바르셀로나에서 1인자와 발롱도르를 차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1인자로서의 '홀로서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네이마르는 PSG에서 6시즌 동안 173경기에서 118골 77도움을 기록했으며 5번의 리그 우승을 포함하여 총 13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유럽 5대 리그 중 상대적으로 위상이 가장 낮고 애초에 PSG의 절대 1강 체제가 확고했던 프랑스에서 리그 연속 우승은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작 네이마르의 숙원이었던 유럽 챔피언스리그(UCL)와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은 번번이 좌절됐다.
여기에 드리블과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를 선호했던 네이마르는 프랑스리그와 대표팀에서 번번이 상대 수비수들의 거친 플레이의 표적이 되며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중요한 순간에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 늘어났다.
또한 킬리앙 음바페라는 신성이 성장하면서 네이마르와 팀 내 1인자 자리를 놓고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다. 2021년에는 메시까지 합류했지만 여전히 PSG는 유럽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네이마르는 결국 PSG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발롱도르를 들어올리겠다는 야망을 이루지 못했고, 시간이 갈수록 팀 내에서 계륵으로 전락했다.
네이마르는 최근 이적설이 불거지며 PSG 구단과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로리앙과의 시즌 개막전에도 빠졌다. 행선지로는 친정팀 바르셀로나 복귀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었으나 최종선택은 놀랍게도 사우디행이었다.
네이마르는 지난달 10일 PSG에 입단한 한국 선수 이강인을 친동생처럼 챙기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며 한국 팬들에게 호감을 사기도 했다. 많은 팬들은 두 선수의 콤비플레이를 기대했지만, 네이마르가 사우디로 이적하게 되면서 지난 3일 부산에서 열린 PSG와 전북 현대의 프리 시즌 친선 경기는 두 선수가 함께 뛴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가 됐다.
한때 네이마르는 2010년대 이후 발롱도르를 양분해온 호날두-메시 시대의 뒤를 이을 후계자 1순위로 꼽혔고, 실제로도 그만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PSG 이적과 그 이후의 행보는 결과적으로 선수로서의 최전성기를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네이마르는 아직 31세에 불과했다. 호날두-메시-벤제마가 최근 모두 유럽을 떠났지만, 이들은 모두 유럽무대에서 발롱도르를 석권하거나 개인으로서든 팀으로서든 이룰 수 있는 모든 영예를 다 누린 이후, 선수생활 말년에 내린 결정이었다.
반면 네이마르는 메이저 대회 우승경력이나 1인자로서의 위상에서 모두 선배들만큼의 아성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아직 3~4년 정도는 발롱도르급 기량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너무 이른 나이에 유럽을 떠났다는 점에서 이들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너무 이른 나이에 발롱도르를 포기하고 '금융치료'에 안주하는 길을 선택한 네이마르의 행보에 축구팬들의 아쉬움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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