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문> 스틸 이미지
CJ ENM
우주 SF <더 문>의 경우는 훨씬 더 심각하다. <비공식작전>보다 제작비는 더 들이고 관객은 50만에도 못 미쳤다. 지난 몇 년 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SF 영화 <승리호>나 <정이>, SF 시리즈 <고요의 바다>가 호평을 이끌어 내지 못했던 흑역사들보다 한층 가혹한 현실에 직면했다. 기자 시사 후 애초 우려됐던 '신파'나 '국뽕'의 세기는 약했다. 반면 기대만큼이나 높았던 '때깔'의 완성도 쪽으로 호평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냉정했다.
역시나 <마션>이나 <그래비티>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비교선상에 올랐는데 기술적 완성도보다 서사의 게으름이나 식상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이야기 자체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연출력은 분명 안정적이다. 그런데 오리지널한 매력이 떨어진다거나 달 착륙이란 소재가 주는 기시감, 인물들의 전사(前史)가 주는 부담감 등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더 문>의 실패는 무엇보다도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대한 프리미엄이 완전히 실종된 시대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결과라 볼 수 있다.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독창적인 소재로 전 세계 K-콘텐츠 팬들을 사로잡고 해외에서의 비평적 성과를 끌어내는 시대다. 아무리 SF 장르라 한들 '우리 영화도 이만큼 할 수 있다'는 전략으론 OTT 시대의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내기 역부족 임을 <더 문>이 역설한 셈이 됐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무척이나 신박한 경우다. 일단 만듦새나 이병헌의 연기에 대한 호평과 입소문을 타고 개봉 3주차인 <밀수>를 뛰어 넘는 데 성공했다. 개봉 첫날 성적은 <콘트리트 유토피아>가 23만으로 <밀수>의 31만엔 못 미치지만 빅4 중에선 2위다. 지난해 동시기 개봉한 <헌트>가 발휘한 뒷심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박하단 표현을 쓴 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여름 블록버스터라기엔 지나치게 어둡고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가 선명해서다. 근데 그 차별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돼는 모양새다. 한국영화만이 그릴 수 있는 '아파트 공화국 디스토피아'란 소재는 전 연령층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역시나 관건은 소재의 신선함이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무너져 버린 서울에서 생존을 위해 악다구니를 쓰는 아파트 주민들의 인간군상극은 딱히 나무랄 데 없는 기술력과 이병헌의 호연을 무기 삼아 보는 이들의 정서와 마음을 흔들어 댄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나면 멀티플렉스를 나서고 곧장 눈에 들어오기 십상인 아파트가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실제 그랬다면 염태화 감독의 연출이 성공했다는 반증일 터다.
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제 2편의 한국영화와 1편의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와 맞붙는다. 15일 유해진의 코미디 <달짝지근해: 7510>와 배우 정우성 감독 데뷔작 <보호자>, <오펜하이머>가 나란히 개봉한다.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유해진을 앞세운 <달짝지근해: 7510>은 스크린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중년 로맨스를 소재로 지난해 <육사오(6/45)와 같이 코미디에 목마를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낼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헌트>로 데뷔한 '절친' 이정재의 뒤를 잇는 정우성 감독의 <보호자>는 장르영화의 관성을 활용하거나 깨부수는 감독의 개성이나 취향이 여름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미 미국에서 호평과 흥행을 접수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 우리 관객들의 '놀란 사랑'은 유별난데 3시간짜리 '놀란표' 사회파드라마이자 절정의 테크닉 위로 유려하게 펼쳐지는 심리극 <오펜하이머>마저 사랑 받을 수 있을지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11일 오전 <오펜하이머>는 31%로 실시간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출력과 한국 관객들이 유별나게 애호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문제적 신작이 상반기 외국영화 강세 흐름을 이어갈지, 그리하여 한국영화 빅4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대신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결과를 자아낼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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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