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정원>영화의 한 장면
아나레스
<작은정원>은 데뷔작 촬영부터 영화제 수상, 그리고 차기작을 완성하는 시간을 기록한다. '작은정원'의 문춘희씨(1946년생), 김희자씨(1946년생), 박정례씨(1956년생), 김숙련씨(1939년생), 김혜숙씨(1945년 생), 고 최정숙씨(1939년생), 정옥자씨(1944년생), 최순남씨(1947년생)는 2019년 진행된 단편극영화 제작 수업으로 단편 영화 <우리동네 우체부>를 함께 만드는데 처음엔 카메라를 만지는 법이 낮설고 그 앞에서 연기한다는 사실을 어색하게 느낀다.
어느새 무전기를 들고 액션을 외치거나 헤드폰을 낀 채로 화면을 응시하고 영상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 신경을 쓰는 전문가로 발전하는 평균 나이 75세 할머니들은 노년기에도 새로운 기술과 문물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독특한 우체부가 명주동 골목에 자리한 어르신들의 집을 차례차례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들로 구성된 <우리동네 우체부>는 2020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초청을 받고 서울노인영화제에선 관객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자신감을 얻은 '작은정원'은 2020년 진행된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 과정으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으로만 구성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제작에 들어간다. 무엇을 찍어야할지 고민하던 할머니들은 산책하거나 미용실에 가고 요리하는 일상적인 풍경을 비롯하여 세상을 떠난 남편을 향한 그리움이나 자식에게 갖는 미안함 등 각양각색의 모습과 감정을 카메라 앞에 드러낸다. 이들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누군가의 아내, 엄마, 할머니가 아닌,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성장한다. 자신이 화면에 찍히고 그 영상을 다 같이 보는 과정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셈이다.
"전에는 내가 없었어요. 상대방만 눈에 보이니 평생 상대방 위주로 살고 뭐든지 양보하고 섭섭한 일이 있어도 참고 살았죠. 그런데 화면에 내가 보이니까 내 마음도 보이게 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