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그린 ‘더 데이스’.
넷플릭스 저팬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이 처한 현실이 처연했다. 파국을 막기 위해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들은 얼핏 봐도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직원들이다. 요시다 소장부터 그렇다. 이들은 절대 젊은이들을 앞세우려 하지 않는다.
요시다 소장의 고군분투에도 사태는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자 요시다 소장은 필수인력 외엔 철수하라고 지시한다. 현장에 지원 나온 자위대 역시 철수명령을 이행한다. 이때 한 젊은 대원이 양심의 가책을 느낀 듯, 한사코 현장을 사수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이러자 군에서 모든 생을 바친 듯한 나이 지긋한 하사관이 이렇게 타이른다.
"너희 젊은 녀석들은 빨리 가. 너희는 이제부터 시작될 길고 긴 회복을 위해 힘을 써 줘야지."
일본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지 오래다. 원전 사고 현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엿보인다. 특히 원전 사고가 나자 사고 수습을 위해 중·장년 직원들이 영웅적인(?) 활약을 펼치고, 현장을 사수하겠다는 결기로 가득한 젊은이들을 구슬러 대피시키는 모습은 젊은이가 귀해진 현대 일본사회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드라마 속 토오전력(현실은 도쿄전력)이 대규모 단전이 불가피하다고 하자 내각은 극구 반대한다. 병원과 가정의 전기가 끊겼을 때,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인공 심박기를 달고 있는 노년층의 안위가 위태로워진다는 게 내각의 반대 이유다. 고령화 사회 일본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다.
한국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령화·저출생'이란 고민을 안고 있음에도, 젊은이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 있음은 실로 개탄스럽다.
끝으로, 기시다 내각은 탈핵 공식 폐기에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행태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파국을 막기 위해 헌신했던 이들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임을 기시다 내각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