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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이 증명한 것들... SF 불모지는 옛말이 됐다

[리뷰] 영화 <더 문>

23.07.29 12:51최종업데이트23.08.0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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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문> 스틸컷
영화 <더 문> 스틸컷CJ ENM
 
영화 <더 문>은 한국의 영화 CG 기술의 발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시장이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주목받으면서 소자본으로 할리우드 영화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있다. 한국은 다양한 장르가 가능한 떠오르는 신규 콘텐츠 시장이지만 안타깝게도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SF 장르가 유독 약했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승리호>, <정이>, <고요의 바다> 등 우주로 지평을 넓혀갔다. 그중 <더 문>은 가장 적극적으로 우주와 달 착륙이라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서사 안에 담겼다. 꾸준히 CG, VFX 발전에 투자하고 있는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쌍 천만 영화 신화와 기술력을 동원해 한국형 우주 배경 영화를 선보이게 되었다.
 
김용화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280억으로 가성비 높은 장면을 연출했다. 렌즈와 카메라 각도를 여러모로 고민하고, 섬뜩할 만큼의 해상도 높은 화질로 극강의 리얼함을 살렸다. 사진보다 더 정교한 질감이며 유영 장면은 실사와 VFX를 혼합했다"고 밝히며 할리우드에 뒤떨어지지 않는 비주얼을 선보였다는 데 자신감을 드러냈다.
 
5년 전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고 싶은 우주인
  
 영화 <더 문> 스틸컷
영화 <더 문> 스틸컷CJ ENM
 
5년 전 대한민국은 달 탐사선 나래호가 공중 폭발하며 비극으로 마무리되며 우주연합국에서 배제되는 흑역사를 썼다. 5년 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독자적 기술로 2029년 달 탐사선 우리호가 출항한다. 전 세계가 주목했던 위대한 여정은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서 생긴 태양풍으로 위기 맞게 된다. 세명의 대원 중 유일한 생존자인 황선우(도경수)만이 홀로 남아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
 
한편, 뼈아픈 책임을 지고 떠난 전임 센터장 재국(설경구)은 선우를 무사 귀환 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합류한다. 급히 돌아오라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우주를 떠도는 두 대원의 몫을 다하기 위해 달 착륙에 가까스로 성공한다. 달 뒷면에서 얼음을 채취하는 데 성공하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달에 발자국을 남기는 역사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갑자기 유성우가 떨어지며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황선우는 분자 물리학을 전공한 UDT 출신으로 우주선 조작에 미숙해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 무엇보다 5년 전 이루지 못한 아버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이때 실마리를 안겨 준 NASA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문영(김희애)으로 인해 반전된다. 문영은 재국과 다른 방식으로 선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우주 공간, 그를 무사히 귀환하기 위한 전 세계적 염원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현실과 영화적 허용 사이
  
 영화 <더 문> 스틸컷
영화 <더 문> 스틸컷CJ ENM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은 여러모로 고마운 존재다. 꿈꾸게 만드는 감수성을 제공하고, 미래를 만들어 나갈 자원의 보고다. 지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매장되어 있어 경쟁적으로 달을 선점하기 위한 쟁탈전도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더 문> 속 상황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NASA에 자문받았고 고증을 거쳐 이야기를 완성했다.
 
다른 달 탐사 영화와의 차별점을 갖는다. 풍부한 상상력과 우주 기술을 바탕으로 해 가깝게 다가 온다. 달 뒷면과 우주의 구현, 달에 발자국을 남긴 한국인, 그리고 태극기 깃발, 얼음 채취 등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토대로 리얼리티를 끌어올려 몰입도를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다만 영화적 재미와 러닝타임을 고려해 영화적 허용이라 할만한 옥에 티가 있다. 눈 크게 뜨고 찾아보길 바란다. 톰 크루즈가 <미션임파서블>시리즈에서 해내는 걸 <더 문> 도 해냈다.
 
'응답바람' 인류애적 호소
  
 영화 <더 문> 스틸컷
영화 <더 문> 스틸컷CJ ENM
 
영화는 광활한 우주에 고립된 대원과 38.4만 km 떨어져 있는 센터장과의 거리만큼이나 온도차를 가진 사람들로 의견 출동을 벌인다. 아버지의 꿈을 이루는데 사력을 다하는 아들, 성공에 집착하던 센터장,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장관, 전 우주적 연대로 도움을 요청하는 NASA 직원 등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용서와 구원, 희망과 위로 같은 인류애적 관점에서 진행된다. <국가대표>나 <신과함께> 시리즈부터 이어져 온 죄의식이 불러온 책임감에 화두를 던지며 인간으로서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떠올려 보게 한다. 어쩌면 뻔하디뻔한 '신파'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조금만 비틀어 보면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각박한 현실이 아닐까싶어 마음이 무겁다.
 
우주에 고립된 한 사람을 구하는 게 대한민국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면 당연히 갈등할 것이다. 분명 살릴 방법이 있는데도 버려둘 것인지를 선택해야하는 영화의 상황은 현실을 뚫고 나오기도 한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면서도 상상력을 발휘해 스릴과 감동을 선사하는 예술이다. 영화를 빌어 현실에서 잠시나마 떨어져 나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라 할지라도 그게 바로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감독의 오랜 뚝심은 <더 문>으로 또 한번 인류애를 호소한다.
 
덧붙여 <더 문>은 극장에서 보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되는 체험형 영화다. '한국은 SF 장르 불모지'란 말에 도전장을 내밀며 한국 영화 역사에 또 하나의 족적을 남겼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고 말한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자국을 남긴 것처럼 말이다.

 
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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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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