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포맨> 유튜브 캡처2
고은
한 방 먹였다는 김준호의 뿌듯한 표정과 옆자리에 앉은 탁재훈의 힘 빠진 야유까지.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느낀 스스로에게 기시감이 들 정도다. 김준호가 동료 개그맨과 공개 연애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저 한 마디는 자리에 없는 인물을 바로 소환하기 때문이다. 김준호는 연인의 동의 없이 사적인 경험을 공적 자리에서 자랑거리고 전락시켰고 대중에게 특정되는 연인에 대한 예의마저 지키지 않았다.
사적인 자리에서 오가는 남성들의 무용담도 문젠데 하물며 제작진은 어떤 판단 하에 이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내보낸 것인지 궁금하다. 과연 시청자들이 남성들끼리 모여 스킨십 여부로 남성성을 따지고 조롱하는 토크를 즐거워한다고 생각한 걸까?
남학생들과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다면 이들이 왜 여성과의 무용담에 목메는지 알 것이다. 권력으로 억압하고 순위를 매기는 작은 교실 안에서 뒤집을 힘이 없다면 그저 적응할 뿐이다. 누군가는 또래 남성 문화에 스며드는 방법으로 여성과의 스킨십 경험을 풀어내는 것을 선택했을 테다.
폭력적인 문화에 젖어들고 이성관이 건강하게 자리 잡지 않은 시기에 충분히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중년이 다 되어서도 그릇된 문화와 결별하지 못했다면 이는 이제 배움의 문제가 된다. 깨닫지 못한 남성들의 진부한 돌림노래, 웃지 않는 것으로 이젠 끊어내야 한다.
공개 연애라도 괜찮지 않습니다
다행인 건 김준호의 발언에 주변 패널들이 적절한 제지를 가한다. "이런 얘기 OO 누나가 싫어할 것 같은데", "그런 얘길 굳이 왜 하니"라는 말에 김준호는 "공개 연애인데 뭐 어때서?"라고 대답한다. 과연 공개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연인과의 사생활을 자랑거리로 늘어놓고 방송의 콘텐츠로 사용해도 괜찮을까.
공개 연애하는 여성 연예인에게 공적 행사 혹은 예능에서 짓궂은 질문을 던져 곤란하게 하고 남성 연예인이 경각심 없이 연애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모습을 적지 않게 봐왔다. 공개 연애가 여성에겐 놀림거리 혹은 약점이 되고 남성에겐 과시와 자랑의 수단이 되는 모습이 더 이상 괜찮지 않다. 사소하지 않다는 감각, 불편하다는 인식이 모여 공고한 남성들의 접시에 금을 내고 저울을 빼내길 바라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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