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수>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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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도 높은 액션, 기상천외한 구도와 활력을 스크린에 담아 왔던 류승완 감독은 GC나 특수효과보단 현실감과 실재감을 중시하는 편이다. 전작들이 그래왔고, <밀수>도 비록 바다가 배경이었지만, 세트를 만들더라도 실제로 배우들을 물에 빠뜨렸고 액션 연기를 지시했다. 남해 해상국립공원, 그리고 경기도 고양 인근에 거대 수조 세트를 만들어 배를 띄워 놓고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나름 날씨와 기후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현실적인 액션 연기를 담기 위한 방편이었다.
"<탑건> <캐리비안의 해적> 등을 제작한 제리 브룩하이머를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다음 영화가 바다 배경인데 노하우를 알려달라 했더니 씩 웃으면서 가급적 바다에 안 가는 게 제일 좋다고 하더라. 그 말을 이제 알 것 같다. 되게 위험하기도 하고,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1년에 촬영 가능한 날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배가 움직이는 장면은 실제 바다에서 다 찍었다. 나머지 수면이나 수중 신은 수조 세트를 활용했지. 포크레인을 활용해 파도를 만들기도 했다. 모든 과정이 사실 산 넘어 산이었다. 저랑 여러 작품을 찍은 촬영 오퍼레이터는 어느 날 제가 스카이다이빙 훈련을 지시하는 꿈을 꿨을 정도라고 했다(웃음)."
배우들의 헌신
관건은 수중 액션이었다. 촬영 전까지 배우 김혜수가 물 공포증이 있었고, 염정아는 아예 수영을 못하던 상태였음은 꽤 알려진 사실이다. 류승완 감독은 두 배우의 헌신과 함께 동료 해녀로 출연했던 배우 김재화, 박혜경, 주보비 등 배우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공로를 돌렸다.
"처음부터 김혜수, 염정아였기에 두 분을 사무실로 모셨다. 대본만 드리기 좀 그래서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다 보여드렸는데 제가 보기에 두 분 모두 감동을 먹은 표정이더라. 근데 알고 보니 혜수 선배는 해녀 영상 보고 물 공황이 온 거였고, 정아 배우는 수영을 아예 못해서 걱정하고 있었던 거였다. 어렵게 출연을 결정하셨는데 정아 배우는 쿨하잖나.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3개월간 수중 훈련을 받았다. 혜수 선배는 공황이 심해서 훈련 때도 잘 못 들어가셨는데 당시 코치님이 심리적으로 잘 잡아주셨고, 결정적으로 해녀 배우들이 응원해주고 해서 어느 순간 물속에서 연기를 하시더라. 정말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박경혜씨나 주보비 배우 등은 <모가디슈> 때도 참여했는데 제가 연락했을 때 주 배우도 물 공포가 있는 상태였고, 박경혜 배우는 본인을 물개라고 해놓고 알고 보니 아예 처음부터 수영을 배워서 온 거였다. 전 몰랐는데 배우들은 서로 그 사실을 알고 있더라. 촬영 때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만 봐서 몰랐었다. 그 얘길 나중에 듣고 너무 고마웠다."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단연 액션이다. 류승완 감독 입장에서 처음 시도한 수중 격투, 그리고 배우 조인성과 박정민을 위시한 상반된 액션 분위기도 공들인 촬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