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BC
이쯤에서 <놀면 뭐하니?>가 놓쳐버린 멤버 후보들에 대해 짚어보자. 이를테면 유재석을 당황시켰던 이용진과 이은지, 유재석과 유독 케미가 잘 맞았던 감자골 멤버들과 누나들(박미선, 조혜련)처럼 잠깐의 출연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예능인들 말이다. 만약 그들이 있었다면 <놀면 뭐하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물론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흥미로운 상상이다.
웹 예능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에서 센스 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이용진은 그 기세를 몰아 'JMT' 면접에 참여했다. '무한상사'를 퇴사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새출발한 유 본부장(유재석)은 당시 첫 면접 대상자 이용진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다. 허세를 콘셉트로 잡았던 이용진은 남다른 어휘력으로 허당미를 뽐내며 큰 웃음을 자아냈다. 새로운 멤버로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아쉽게도 멤버 합류가 불발된 이용진은 오히려 전성기를 누렸다. 2023년 KBS 2TV <배틀트립>, MBC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웹예능 <용진건강원> <바퀴 달린 입> 등에 출연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티빙 <환승연애>에서 보여주는 분석력과 통찰력, 시의적절한 입담도 이용진의 매력 포인트이다. 만약 이용진이 <놀면 뭐하니?>에 합류했다면 아마 '동생들'의 중심축이 됐을 것이다.
<놀면 뭐하니?>가 놓친 인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이은지다. 그도 이용진과 마찬가지로 'JMT' 면접에 참여했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1990년생이 온다. 1992년생 면접자 이은지"라고 외쳤던 이은지는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으로 유 본부장을 매료시켰다. 공개 코미디 무대를 섭렵한 그는 급작스러운 상황극에도 재치 있게 대처하며 엄청난 활약을 펼쳤었다.
역시 <놀면 뭐하니?>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이은지는 곧바로 자신의 전성시대를 열어갔다. 나영석 PD에게 발탁되어 tvN <뿅뿅 지구오락실>에 합류했고, 맏언니로서 동생들(미미, 이영지, 안유진)을 이끌며 대세 예능인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여자 예능상 수상했다. 만약 이은지가 <놀면 뭐하니?>에 있었다면 활력소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유재석이 '막내'가 되는 신선한 구도를 가능하게 했던 감자골 멤버들(김용만, 지석진, 김수용)이나 유재석을 기로 내리눌렀던 누나들(이경실, 박미선, 조혜련)도 <놀면 뭐하니?>를 풍성하게 해 줄 수 있는 카드였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감자골 멤버들이나 누나들과 멤버십을 구축하는 건 어려웠을 테지만, 정기적으로 이벤트를 만들어 볼 수는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놀면 뭐하니?>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었다. 그 기회는 곧 사람일진대, 프로그램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후보들이 여럿 있었다. 결과적으로 <놀면 뭐하니?>의 선택은 지금의 '동생들'이 되었다. 기회가 주어졌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다. 시청자는 재미없는 예능에 그리 너그럽지 않다. 부디 유재석과 하하에게 과감하게 대들어주길 바란다. 그래야 놓쳐버린 기회들에 아쉬워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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