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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진-이은지 있었다면 '놀면 뭐하니?' 달랐을까?

[TV 리뷰] MBC <놀면 뭐하니?>

23.07.24 14:53최종업데이트23.07.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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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MBC
 
"이것부터 바꿔야겠다고 한 것은 '억지 텐션'이다. 요즘은 시청자들이 진짜가 아닌 것은 바로 알아본다." (장우성 PD)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잘못된 답을 찾아내면 계속 엇나갈 뿐이다. MBC <놀면 뭐하니?>는 2주간의 재정비 끝에 ① PD 교체 ② 주우재 영입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 중이다. 제작진이 성찰 끝에 내놓은 답은 '새로운 구도의 정립'이었다. 김진용 PD는 "동생들이 예능 베테랑들에게 대들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정리하면 베테랑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유재석과 하하, 그리고 동생들 라인의 박진주, 이미주, 이이경, 주우재로 구도가 짜인 셈이다. 결국 유재석과 하하의 역량은 상수라고 볼 때, 동생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놀면 뭐하니?>의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4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평가를 하기는 섣부른 감도 있지만, 현재까지의 점수를 매기자면 신통치 않은 게 사실이다. 

아직 아쉬운 동생 멤버들의 활약

새로운 멤버가 합류했음에도 제작진은 전체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획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주우재가 합류하자마자 '단합대회(190회)'를 기획했지만, 두 팀으로 나눠 3명씩 따로 떠나게 했다. 또, '영업사원' 편(192회, 191회)은 유재석-하하, 이미주-주우재, 박진주-이이경 등 2명씩 짝을 지어 따로 움직이게 했다. 이쯤 되면 의도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멤버를 프로그램에 녹아들게 하기 위한 기획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인 예능의 흐름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관점은 안정적이지만 너무 뻔하다. 제작진이 천명한 것처럼, 지금은 동생들이 좀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캐릭터를 쌓아나가고 이를 통해 베테랑에게 대들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베테랑을 제외한 동생들의 활약이 아직까지 미미하다는 것이다. '영업사원' 에피소드에서도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이끌어낸 유재석-하하가 단연 돋보였다. 반면, 이미주-주우재의 분량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박진주-이이경은 연예인 인맥을 활용해 최소의 분량을 확보했을 뿐이었다. 순간 최고 시청률 5.9%를 기록한 최고의 1분도 유재석과 하하가 성수동 미용실을 찾았던 장면이었다. 

<놀면 뭐하니>가 놓쳐버린 멤버들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MBC
 
이쯤에서 <놀면 뭐하니?>가 놓쳐버린 멤버 후보들에 대해 짚어보자. 이를테면 유재석을 당황시켰던 이용진과 이은지, 유재석과 유독 케미가 잘 맞았던 감자골 멤버들과 누나들(박미선, 조혜련)처럼 잠깐의 출연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예능인들 말이다. 만약 그들이 있었다면 <놀면 뭐하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물론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흥미로운 상상이다. 

웹 예능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에서 센스 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이용진은 그 기세를 몰아 'JMT' 면접에 참여했다. '무한상사'를 퇴사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새출발한 유 본부장(유재석)은 당시 첫 면접 대상자 이용진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다. 허세를 콘셉트로 잡았던 이용진은 남다른 어휘력으로 허당미를 뽐내며 큰 웃음을 자아냈다. 새로운 멤버로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아쉽게도 멤버 합류가 불발된 이용진은 오히려 전성기를 누렸다. 2023년 KBS 2TV <배틀트립>, MBC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웹예능 <용진건강원> <바퀴 달린 입> 등에 출연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티빙 <환승연애>에서 보여주는 분석력과 통찰력, 시의적절한 입담도 이용진의 매력 포인트이다. 만약 이용진이 <놀면 뭐하니?>에 합류했다면 아마 '동생들'의 중심축이 됐을 것이다. 

<놀면 뭐하니?>가 놓친 인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이은지다. 그도 이용진과 마찬가지로 'JMT' 면접에 참여했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1990년생이 온다. 1992년생 면접자 이은지"라고 외쳤던 이은지는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으로 유 본부장을 매료시켰다. 공개 코미디 무대를 섭렵한 그는 급작스러운 상황극에도 재치 있게 대처하며 엄청난 활약을 펼쳤었다.

역시 <놀면 뭐하니?>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이은지는 곧바로 자신의 전성시대를 열어갔다. 나영석 PD에게 발탁되어 tvN <뿅뿅 지구오락실>에 합류했고, 맏언니로서 동생들(미미, 이영지, 안유진)을 이끌며 대세 예능인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여자 예능상 수상했다. 만약 이은지가 <놀면 뭐하니?>에 있었다면 활력소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유재석이 '막내'가 되는 신선한 구도를 가능하게 했던 감자골 멤버들(김용만, 지석진, 김수용)이나 유재석을 기로 내리눌렀던 누나들(이경실, 박미선, 조혜련)도 <놀면 뭐하니?>를 풍성하게 해 줄 수 있는 카드였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감자골 멤버들이나 누나들과 멤버십을 구축하는 건 어려웠을 테지만, 정기적으로 이벤트를 만들어 볼 수는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놀면 뭐하니?>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었다. 그 기회는 곧 사람일진대, 프로그램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후보들이 여럿 있었다. 결과적으로 <놀면 뭐하니?>의 선택은 지금의 '동생들'이 되었다. 기회가 주어졌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다. 시청자는 재미없는 예능에 그리 너그럽지 않다. 부디 유재석과 하하에게 과감하게 대들어주길 바란다. 그래야 놓쳐버린 기회들에 아쉬워하지 않을 테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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