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I' 성향의 심바와 달리 극 'E' 성향의 품바는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집안일을 하고 있는 엄마 보호자를 졸졸 쫓아다니며 놀아달라고 졸랐다. 엄마 보호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놀아줘도 품바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 놀아달라고 짖어댔다. 이제 막 10개월이 된 품바는 그만큼 에너지가 왕성했다. 문제는 그 넘치는 힘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덩치가 훨씬 커진 품바가 심바의 간식을 빼앗아 먹는 통에 심바는 몸무게가 1.5kg이나 빠졌다. 또, 엄마 보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품바는 심바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품바의 만행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아무도 놀아주지 않자 소파 위에서 버젓이 소변을 봐 엄마 보호자를 기겁하게 했다. 또, 놀이를 거절하면 안경, 안마기, 침대, 벽지, 바닥 매트, 펜스, 신발까지 모든 물건을 물어 뜯었다.
"저 과정 없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건 욕심이에요." (강형욱)
보호자 입장에서는 기겁할 일이겠지만, 반려견이 아무런 말썽 없이 자라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 것이다. 박세리는 강아지들이 다 똑같은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 같다고 웃었고, 강형욱도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만,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산책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품바의 일방적인 줄 당김과 공격성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타고난 성격과 장애로 인해 예민한 심바를 배려해 충분히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오랜 시간 현관에 머물렀다. 집 내부로 들어간 강형욱은 심바와 품바 사이에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들을 제거했다. 경쟁을 부추기는 자율 급식, 집안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간식과 장난감을 치우게 했다. 집에서는 휴식만 취하고, 놀이는 밖에서 하라는 지침을 제시했다.
"강아지들이 막내를 되게 잘 알아보고요. 구조와 흐름을 너무 잘 알고, 자식들 간에도 그 분위기를 알아요." (강형욱)
그런데 심바는 왜 작은형 보호자에게 유독 짖는 걸까. 강형욱은 심바가 작은형 보호자를 친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받고 싶지 않은 것이라 설명했다. 따라서 작은형 보호자가 친구가 아닌 보호자가 되려면 리더십을 갖춰야 했다. 우선, 실내 산책을 통해 리더십 강화하기에 나섰다. 이때 품바가 심바 쪽으로 다가오면 보디 블로킹을 통해 단호하게 차단할 것도 주문했다.
강형욱은 유기의 아픔도 있고 장애의 어려움도 있는 심바에게 과거는 과거일 뿐이므로 훈육을 할 때는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제대로 된 훈육을 하지 못하는 가족들의 심리를 꿰뚫어 본 것이다. 강형욱은 앞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움츠러들고 예민해질 심바를 위해 목줄을 채운 상태에서 하루 세 번씩 실내 산책을 해 관계 재정립에 나서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