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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지원 떨어졌지만 재도전... 청소년 감독의 뚝심

[BIKY 인터뷰] <긱사탈출 넘버원> 여서현 감독

23.07.17 17:54최종업데이트23.07.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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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긱사탈출 넘버원>을 연출한 여서현 감독.
<긱사탈출 넘버원>을 연출한 여서현 감독.여서현 제공
 
기숙 고등학교의 한 학생이 남자친구와의 첫 데이트를 위해 기숙사를 탈출하는 과정 하나가 참 재기발랄하게 담겼다. 올해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 영화제(아래 비키, BIKY) 경쟁 부문인 '레디액션18'에서 관객들을 만난 여서현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주변 친구들의 성격을 오롯이 반영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그 안에서 학생들이 겪는 압박감을 무겁게 그릴 법도 했지만 이 영화 <긱사탈출 넘버원>은 제목에서부터 유머가 느껴진다. 뭔가 허술해 보이고 허풍스러워 보이는 담임 선생님, 그리고 주인공의 탈출을 돕거나 방해하는 친구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영화제 기간인 15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여서현 감독을 만났다.

실제 고민과 경험을 영화로
 
주인공인 서은, 그리고 방해자인 하은은 실제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감독의 면모가 나름 담겨 있다. 현재 경기예술고등학교 3학년인 여서현 감독은 "배신하는 친구인 하은이는 저나 제 친구들의 안 좋은 면에 연민을 느낄 만한 면을 하나로 모은 것"이라며 "학교라는 공간이 친구들가 소통하고 경험하는 게 중심이었으면 하는데 경쟁이나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돼서 그런 걸 말하고 싶었다"고 계기부터 설명했다.
 
"제가 집이 시골(경기도 연천)이라, 고등학교 입학 후에 기숙사에서 지내게 됐다. 초반에 집은 너무 멀고, 적응이 어려워서 기숙사에서 친구들 잘 때 서러운 마음에 울기도 했다. 그렇기도 했지만, 기숙사가 생일이면 서로 챙겨주고 친구들과 추억이 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더라. 사감 선생님이 되게 좋으신데, 이번에 영화제 초청받았다고 하니 선물도 주셨다.
 
사실 편집된 부분이 있는데 학교에 비리가 있어서 그 사실을 알고 서은의 탈출 욕망이 더 강해지는 내용이었다. 산만해질 것 같아서 삭제하긴 했는데 그만큼 학교라는 곳이 청소년들의 관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연애를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 돼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가벼운 일화같지만 3년을 생활한 기숙사라는 곳, 학교 교육에 나름 청소년의 시각으로 고민한 흔적이 짙게 담긴 작품이었다. 초청된 작품 외에 <옛당! 랩이당!>이라는 또 다른 영화를 연출했을 만큼 여서현 감독은 활발하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시나리오대로, 제가 의도한대로 연기가 나오고 컷이 나올 때 되게 보람있다"며 영화 열정 또한 한창이었다.
 
"잘 나오면 보람 있는데 그만큼 어려운 것도 디렉팅이었다. 제 의도대로 나오지 않을 때 어떻게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말해야 무례하지 않을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처음엔 어떤 분위기인지 말로 설명하다가 잘 안되면 제가 직접 연기로 보여주면서 해결해가기도 했다. 첫 작품도 그렇고 두 번째도 다 소통 이야기다. 요즘 사람들이 말보다는 핸드폰에 익숙하다 보니 면대면 대화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작품을 만들게 됐다."
 
 <긱사탈출 넘버원>의 한 장면.
<긱사탈출 넘버원>의 한 장면.여서현 제공
 
비키에 재도전하다
 
따지고 보면 감독의 짧다면 짧은 영화 인생(?)이 모두 강한 의지 덕이었다. "어두운 극장이 처음엔 무서웠다"던 감독은 "근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면 그 무서움이 사라지더라. 그걸 느꼈을 때부터 영화를 하고 싶다 생각하게 됐다"며 말을 이었다.
 
"집이 시골이라 극장이 없어서 영화를 보려면 멀리 가야 하기도 했고, 어둡고 캄캄한 공간이 무섭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근데 영화가 시작되면 몰입되고 집중이 되더라. 아, 영화라는 게 사람들을 몰입하게 하는 멋있는 거구나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몇 있는데 다른 의미로 <인터스텔라>를 보면서는 제가 우주 공포증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그 우주가 표현될 때 불안해져서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한편으로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기도 한다. <검은 사제들>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현실성보단 판타지성이 강한 스릴러물을 좋아한다던 여서현 감독은 정작 "재밌고 웃긴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나름의 방향성도 전했다. 다행스럽게 일찌감치 좋아하는 것을 발견한 감독의 모습에 부모님도 적극 응원해준다고 한다.
 
"제가 처음 영화하고 싶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은 들어주셨다. 제 능력치가 있는 건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고 발견하면 지원해준다고 하셨다. 예고 입시도 제가 스스로 준비해서 들어가게 됐는데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이 소질이 있으니 합격한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번 비키도 딸 덕에 비행기 탄다며 기뻐해주셨다.
 
영화 현장이 되게 좋다. 모두가 함께 의견 내서 반영되는 걸 좋아한다. 대학에서도 영화나 영상 관련 학과를 택해서 많은 현장을 경험하고 싶다.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 저처럼 극장을 무서워하는 관객 분들도 편한 마음으로 몰입하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제가 사람을 잘 웃기진 못하지만, 개그는 정말 좋아한다(웃음)."

 
인터뷰 말미, 여서현 감독은 자신이 비키 재수생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처음 제작 지원 공모에 떨어진 후 다시 도전해서 지원 없이 비키 경쟁 부문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제가 떨어졌을 땐 저만 빼고 우리 학교 학생들이 많이들 합격했는데 이번엔 저만 오게 됐다"며 "처음에 떨어졌을 때 작품을 잘 만들어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생각한 게 이뤄졌다"고 웃어 보였다. 이런 뚝심 또한 분명 감독의 좋은 자질 아닐까. 
비키 여서현 긱사탈출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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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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