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스틸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부모는 아이의 학습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어떤 양육 태도를 보이는가에 따라 아이의 발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학령기 아이의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낮은 편이며 학업 스트레스와 부담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가 전체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데는, 가족 중심 사회에서 부모의 기대를 충족하는 게 효도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일 테다. 영화에서 메이를 중국계 소녀로 정한 데도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기대는 당연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갖는 교육적 관심과 아이의 교육에 갖는 부모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용어로 '성취압력(Parental Achievement Pressure)'이란 말이 있다. 성취압력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는 건 아니다. 성취 지향적인 성취압력은 아이의 높은 성취를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모의 높은 기대로 아이가 학습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메이가 수학을 비롯해 여타 과목에서 자신감을 갖고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성취압력이 대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에는 메이의 엄마가 그랬듯, 대부분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령 통제적이거나 과잉기대가 있는 경우다. 통제적인 성취압력은 아이를 향한 높은 기대와 함께 생활환경을 통제하고자 하는 양육 태도에서 비롯된다.
메이는 가장 친한 친구 3명과 함께 인기 아이돌 그룹 포타운의 팬을 자처한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포타운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출 만큼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에겐 말할 수 없다. 물론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는 것도 말할 수 없다. 이성을 좋아하는 것도 아직은 안 된다고 한다. 엄마는 그런 모든 것을 저급하다고 하면서, 친구들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메이는 엄마에게 이 모든 걸 비밀로 해야 한다.
이렇듯 생활을 통제하는 한편 기대를 한껏 표현하는 걸 '통제적 성취압력'이라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부모가 지나치게 통제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고 느끼면 조절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학업 동기를 잃을 수 있다. 영화를 보면 메이의 엄마는 메이를 향한 관심과 걱정이 너무 큰 나머지, 학교에 간 메이를 몰래 지켜보거나 친구들과 공부 모임을 한다는 메이를 찾아가기도 한다. 결국 메이는 성적이 떨어지고 시험지를 침대 밑에 숨기기도 한다.
통제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통제만큼 위험한 게 바로 '과잉기대'다. 아이의 능력에 비해 부모의 기대가 과도하게 높은 경우다. 아이의 현재 상태와 수준은 고려하지 않은 채 최고의 결과만 요구한다. 아이가 실현하기 힘들 만큼 비현실적인 기대는 심리적인 좌절을 안겨준다. 이런 경우 아이는 심리적 부적응이나 중독, 공격성 등의 문제행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몇 해 전, TV 육아 프로그램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엄마는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고 앉아있어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그래서인지 공부를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때 전문가가 엄마에게 "어느 정도면 아이가 잘한다고 생각할 것 같냐"며, 구체적인 반 등수와 시험 점수를 물었다. 엄마는 반에선 5등 안에 들었으면 좋겠고, 시험에선 평균 85점 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반에서 꼴등에 가까웠다. 전문가는 아이의 현재 상황에 비해 너무 비현실적인 기대이며, 어머니는 학창 시절에 반에서 5등 안에 들었는지 물었다. 엄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자기 결정성을 길러주는 게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