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사냥개들>의 또 다른 미덕은 선택과 집중이다. 뚜렷한 선악 구도 속에 경쾌한 액션과 청년 3인방의 에너지를 담는 데 주력했다. 어설프게 돈에 대한 철학을 설파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게 측정을 잘한 셈이다. 특히 액션 장면들은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물론 18세 이상 관람가답게 잔혹한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어김없이 선혈이 낭자한다.
하지만 초중반까지 쌓아올린 이야기가 6회를 기점으로 급격히 허물어진다. 이유는 이른바 '김새론 리스크' 때문인데, 음주운전 사고를 낸 김새론은 작품에서 하차하게 됐다. 자칫 작품이 공개되지 못할 위기로 번질 뻔했지만, 제작진은 김새론의 분량을 최대한 걷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김새론이 맡은 현주 역이 걷어낸다고 걷어질 간단한 배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김새론이 갑자기 해외로 떠나는 설정은 극의 전개상 납득하기 어렵다. 개연성이 무너진 것도 문제지만, 캐릭터 간의 균형이 깨진 건 치명적이었다. 김주환 감독은 현주가 빠진 자리를 다른 캐릭터로 대체했지만, 기대했던 전개가 아니라서 김이 빠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작진과 배우들 입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적'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잘 쌓인 탑을 무너트리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한 명이라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순간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아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우도환)
후반부의 붕괴 전까지만 해도 <사냥개들>의 이야기는 쫄깃했다. 최 사장과 명길의 대립 구도에는 긴장감이 넘쳤다(다만, 균형이 너무 쉽게 무너져 버린 감은 있다). 게다가 건우, 우진, 현주 청년 3인방의 에너지는 굉장히 뜨거웠다. 시즌제에 대한 야망도 엿보였다. 때문에 예상 못한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최선을 다한 감독과 배우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보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사냥개들>은 공개 3일 만에 2797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고,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부문(비영어) 2위에 올랐다. 이후 12일~18일 6일 동안 시청 시간 6590만을 기록하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그 흐름이 오래 이어지지 않았지만, 주연 배우 리스크에도 이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그러니 더욱 궁금할 수밖에. 애초의 기획대로, 원래 시나리오대로 완성된 <사냥개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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