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래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플래시>는 주인공 배리(에즈라 밀러)의 과거에 대한 선택을 담는다. 배리는 과거 우연히 번개를 맞게 되면서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퍼히어로다. 하지만 다른 히어로에 비해서 어린 나이인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진중하지 못하고 어리숙해 보인다. 특히나 그는 어린 시절 엄마의 죽음을 경험했고 배리의 아빠는 엄마를 죽였다는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 그는 여러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고, 특히나 과거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그가 우연히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빛의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리는 현재 시점의 배트맨(벤 에플렉)에게 과거를 바꾸는 것이 위험하다는 충고를 듣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살리기 위해 살인사건이 일어난 그날로 돌아가 그 일이 벌어지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오다 어떤 힘에 의해 엄마가 살아있는 시간대에 튕겨져 나오게 된다. 거기서 잠시 부모님과 함께 식사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이 바꾼 과거 때문에 일어나면 안 될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건 현재 시점의 배리보다 조금 더 어린 배리가 함께 등장한다는 것이다. 둘 다 아직 철이 덜 든 인물이지만 어린 배리는 나사가 하나 더 빠진 듯한 느낌이다. 영화는 현재의 배리와 어린 배리가 함께 꼬인 시간대를 풀어나가는 일종의 버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침 어떤 이유로 인해 현재의 배리는 능력을 잃고 좀 더 철이 없는 어린 배리가 능력을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도 꽤나 흥미롭게 보여진다.
현재와 과거의 플래시 그리고 배트맨, 수퍼걸의 상실감
철없는 두 사람이 영화를 가볍게 만들지만 이들의 가벼움을 무겁게 만드는 일종의 멘토 캐릭터도 등장한다. 바로 과거의 배트맨(마이클 키튼)이다. 현재의 배리가 과거의 사건을 바꾸면서 다중 우주의 시간대가 꼬였고 그런 이유로 배트맨의 모습도 바뀌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사실 과거 배트맨 역을 맡은 배우 마이클 키튼은 1990년도에 개봉했던 <배트맨>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다중우주라는 설정이 이야기에 적용되면서 과거 배트맨 역을 맡았던 배우의 출연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새로운 영웅 수퍼걸(사샤 카예)이 같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서사에 무게추를 더해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플래시, 배트맨, 수퍼걸 모두 가족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플래시> 속에서 주인공 배리는 과거 엄마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무척 큰 인물이다. 그래서 과거를 바로 잡을 수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고려하기보다는 일단 '엄마가 세상에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현실로 바꾸려고 한다.
반면 배트맨은 과거 부모님을 잃었지만 그 상실감을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한 인물이다. 거의 할아버지의 나이가 된 과거의 배트맨은 부모에 대한 상실감을 복수심으로 표출했고 그 끝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배트맨은 큰 위험을 감수하고 과거를 바꿔 엄마를 살리려고 했던 플래시를 꽤 기특하게 생각한다. 그런 마음 때문에 성심성의껏 플래시를 돕는다. 여기에 더해 수퍼걸은 자신의 모든 가족을 잃은 인물이다. 영화 내내 복수심에 가득 차있고 아마도 이 영화 안에서 가장 큰 분노를 가지고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의 분노는 파괴적인 액션으로 표현된다.
다채로운 액션과 흥미로운 성장서사 그리고 올드팬들을 위한 팬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