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진짜가 나타났다>의 한 장면.
KBS2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드라마는 오연두의 연적을 등장시킨다. 공태경의 집안 NX그룹의 비서실장인 장세진(차주영 분)이 그 주인공이다. 회장은 물론, 가족 모두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일 처리가 똑부러지는 그녀이지만, 드라마는 그런 그녀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선택한 동앗줄을 '사랑'과 '결혼'에 놓는다.
정략 결혼이라도 좋으니 공태경과 결혼하려던 그녀는 그게 수포로 돌아가자, 이제 오연두 보고 아이만 낳고 나가라고 하며 그 자리를 노린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금수저'였다는 자신의 과거에 연연하는 그녀는 사업 실패한 아버지를 떠밀듯 내몬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엄마, 아빠의 이혼까지 종용한다.
대기업의 비서실장 정도의 스펙을 가진 여자에게 성공이 재벌 집안의 며느리가 되는 것이라니. 극중 결혼을 못한 장세진에게 회장은 미국 지사 자리를 권한다. 미국 지사장으로 갈 정도의 능력을 가진 여자인데, 그걸 박차고 돌아와 자기 부모를 이혼시키면서까지 재벌 집안에 들어가려 한다. 이미 대기업 비서실장에, 미국지사장이면 그 자체로 '금수저'가 될 만큼 능력자가 아닐까.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선택을 하라면 그런 집안에서 수발을 드느니 훨훨 미국으로 날아가는 걸 택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녀는 자기 맘대로 돈 한번 펑펑 써보지 못했다고 가족들에게 쏟아붓는다. 드라마는 그런 장세진을 할머니와 짝짜꿍이 맞아 오연두를 내모려 음모를 꾸미는 전형적인 악녀로 만들어 간다.
<진짜가 나타났다>는 이러저러한 설정들로 가족 관계를 얽히게 만들었지만, 결국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능력있는 여성은 여전히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하고, 인기 학원 강사가 되기 위해 애쓰던 여자인데도 결혼과 출산을 통해 행복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려 한다. 무엇보다 오연두나 장세진 모두 그녀들의 행복을 자신이 아닌 그녀를 둘러싼 조건을 통해 얻으려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전히 관건은 '시집살이'를 통해 어른들과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낡고 오래된 이야기 구조,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 그런 집안에 들어가 말도 안 되는 시집살이를 하느니 혼자 사는 게 낫다는 2023년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저런 캐캐묵은 가족 관계 속에서 고전하는 젊은이들의 스토리는 이젠 나이든 세대조차 공감하기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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