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범택시2>가 재현한 '클럽 버닝썬 게이트' 에피소드 유튜브 캡처
고은
룸살롱 공화국 한국이 성에 보수적이라고?
한국과 성 문화, 그리고 성 산업. 이 세 단어의 연결만으로 한국사회 속 무수한 장면들이 우르르 밀려온다. 과연 한국이 일본보다 성 산업에 수동적이고 미온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골목에 들어차다 못해 학원가 혹은 스쿨존 근처까지 쏟아져 나온 유흥업소, 남성들의 접대 문화가 뿌리 깊은 룸살롱, 단속을 피해 숨어든 오피스텔 성매매까지. 한국의 성매매 산업은 이미 30조 원 규모에 육박했고, 성 산업은 공공연한 산업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그럼 성 산업에 진심인 한국이 겉보기에 보수성을 띠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때 '보수성'이란 성을 둘러싼 보편적인 인식과 관련된다.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가 교육과정에서 만난 성교육은 과연 효과적이었나. 교육기관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성에 대한 논의가 가정에서는 건강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나. 결국 성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금기와 윤리, 부정적인 느낌은 위같이 성을 터부시 한 한국 사회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 결과 한국 사회의 성 문화는 억압과 폭발로 요약할 수 있다. 건강하게 꺼내놓는 법을 배운 적 없으나 언제나 욕망했기에 성 산업은 배불리 몸집을 키웠다. 성, 돈, 노동이 결합된 산업은 알고 보면 무수한 착취가 떠받들고 있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버닝썬 게이트'에서부터 'N번방'까지, 디지털로 옮겨간 성 산업과 성범죄 역시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