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서진이네> 한 장면.
tvN
<서진이네>는 2017년부터 시작된 나영석표 '자영업 관찰예능'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윤식당>과 <윤스테이> 등을 거치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 19로 야외-해외 로케이션 예능 제작에 어려움을 겪으며 한동안 제작이 중단되었다가 약 2년여 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윤여정이 불참하고 이서진이 사장님 자리에 오른 <서진이네>의 유일한 변화는 김태형의 합류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다소 바뀌었다. 전작이 윤여정을 중심으로 한 잔잔하고 따뜻한 힐링 예능이었다면, 이서진이 사장으로 승진한 <서진이네>는 통통 튀는 '오피스 시트콤'같은 분위기에 가까웠다.
윤여정이나 이순재 같은 대선배들과 함께할 때는 진중하고 믿음직한 일꾼의 포지션에 충실하던 이서진은은 본인이 사장이 되자 "수익이 왕"이라는 철학을 드러내며 노골적으로 매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는 까칠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동생인 직원들을 챙기고 그들의 마음을 수용할 줄 아는 '츤데레' 매력은 그동안 나영석표 예능을 통하여 쌓아 왔던 이서진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다. 여기에 대선배이자 사장님인 이서진에게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할 말은 다 하는 'MZ세대' 김태형과의 '티키타카'는 '톰과 제리' 케미를 형성하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최우식은 멤버들과 손님들을 아우르는 <서진이네>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줬다. 사장님 이서진의 구박과 동생 김태형의 짓궂은 장난까지 받아내며 유쾌한 분위기를 살리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방송 후반부로 갈수록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듯한 허전함도 느껴졌다. <서진이네>가 전작인 <윤식당> 시리즈와 가장 달랐던 점은 '교감'이었다. 전작이 한식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적 정서와 문화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면, <서진이네>는 그보다는 '장사' 자체에만 집중했다.
'전 사장님' 윤여정의 빈 자리 역시 아쉬웠다. 나영석표 예능에서 윤여정의 진정한 가치는 낯선 외국인들마저 무장해제시키는 남다른 소통 능력에 있었다. <윤식당>에서 윤여정은 손님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사연을 듣는가 하면 정서를 이해하고 소통했다. 모든 손님과 진심을 다해 교감하는 윤여정의 매력에 시청자들도 호응했다.
나영석의' 자영업 예능'의 취지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맛과 정을 알리는 것'이라고 했을 때, 윤여정의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친절한 소통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진이네>에는 이러한 윤여정의 진정성을 대체할 수 있을만한 캐릭터가 없었다. 물론 이서진과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지만 오로지 이들의 목표는 '매출 올리기'였다.
<서진이네>는 왜 굳이 낯선 외국 현지까지와서 한식 영업을 해야했는지, 혹은 현지인들에게 한식과 한국문화의 매력을 어떻게 전달하겠다는 진지한 고민과 목적의식이 없었다. 이서진은 장사가 안될 때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멕시코에서 한국 음식이 인기 많다며? 왜 손님이 없냐"라고 타박했지만 정작 무엇 때문에 한식을 찾지 않는 지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손님들이 먼저 생소한 한식에 대하여 호기심을 드러내거나, 직원들이 유명인인 것을 알아보고 말을 걸어도, 의례적인 응대만 할뿐 소통은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단절됐다. 시리즈의 진짜 취지와 매력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한 <서진이네>가 후반으로 갈수록 그저 '장사를 위한 장사'에만 머물렀다는 것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바킬라르 영업기를 모두 종료한 <서진이네>는 다음주 방송되는 마지막회에서 본편에서 다루지 못했던 미방영분과 현지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