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파우스트>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다시 나타나자 기립박수가 터졌다.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세 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불태운 배우들의 열연에 긴 박수로 보답했다.
파우스트와 그의 영혼을 걸고 계약을 맺는 악마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도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노학자 '파우스트' 역의 배우 유인촌,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음을 얻은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박은석, 젊은 파우스트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순수한 여성 '그레첸' 역의 배우 원진아.
사실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네 배우의 원 캐스트는 소식만으로도 연극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더군다나, 네 배우의 연기는 명성에 걸맞게 훌륭했고, 때문에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파우스트> 흥행 요인의 첫 번째가 아닐까 싶다.
특히 악마 메피스토를 연기한 박해수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발성과 시원한 이목구비로 짓는 다양한 표정, 날렵한 움직임 등이 탄탄한 연기력과 더해지면서 메피스토 그 자체로 보였다. 박해수의 연기를 보고 나면, <파우스트>라는 작품의 핵심 주인공이 '파우스트'가 아니라 '메피스토'라는 걸 깨닫게 된다.
유인촌은 지식으로 가득한 삶에 염증을 느끼고 인생의 쾌락과 자신 안에서 꿈틀대는 욕정을 갈망하는 솔직한 연기를, 박은석은 그토록 갈망한 삶을 손에 넣지만 자신 때문에 희생된 그레첸을 보면서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는 처절한 연기를, 원진아는 젊은 파우스트를 만나 짧은 행복을 느낀 뒤 파멸해버리는 절망적인 연기를 펼쳐보였다. 실력파 조연 배우들의 강렬한 열연도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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