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랑>영화의 한 장면
영화사 연필
<장기자랑>의 특징은 참사와 그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전형성'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와 언론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언제나 식음을 전폐한 채로 슬픔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투쟁에 나설 것이란 편견을 씌우려고 했다. 혹여 유가족들이 웃기라도 한다면 "애 보내고 나서 뭐가 그렇게 좋아서"라며 손가락질하기 일쑤였다. 그들에게 거대한 족쇄를 채우고 그 속에 있길 강요한 것이다.
<장기자랑>은 '피해자다움', '유가족다움'이란 틀을 깬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인 엄마(김명임), 동수 엄마(김도현), 애진 엄마(김순덕), 예진 엄마(박유신), 영만 엄마(이미경), 순범 엄마(최지영), 윤민 엄마(박혜영)는 세상을 떠난 아이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훔치며 아파한다. 반면에 원하는 배역을 맡지 못하자 갈등을 벌이는 촌극도 빚는다. 이렇듯 살아갈 힘을 준 연극을 통해 웃고, 다투고, 성장하는 등 상실의 고통과 새로운 시간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버텨내는 엄마들의 모습은 참으로 근사하다. 그들은 아이들을 위해 울지 않고 씩씩하게, 아이들은 다시는 그 무대에 설 수 없으니까 대신하여 오른다.
엄마들이 준비하는 연극 <장기자랑>은 극단 '노란리본'이 올린 세 번째 작품이자 첫 번째 창작극으로 2014년 안산을 배경으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아영, 아이돌을 꿈꾸는 조가연, 패셔니스타 전지수, 거친 입담의 소유자 지백희, 엉뚱 발랄한 장하늘이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선보일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대사 한두 줄로 세월호를 언급했을 정도로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엄마들이 단원고 교복을 입고 연기하거니와 인물 설정엔 '4.16 단원고 약전'과 엄마들의 구술을 반영해 곳곳에 아이들의 흔적이 묻어있다. 연극을 통하여 엄마들은 아이들의 꿈과 사연을 기억하고, 아이들은 엄마를 빌려 다시 태어나는 특별한 추모인 셈이다.
제주도에 도착한다는 연극 <장기자랑>의 전개도 각별하다. 엄마들은 현실 속에선 자신의 아이들이 제주도에 도착을 못 했지만, 연극에서는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제주도에 도착한다는 여정을 담아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세상과 진상 규명을 소망하는 염원을 투영시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