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스틸 이미지
판씨네마㈜
앞서 언급했듯 감독은 자신의 영화 속에서 일관되게 자신의 10대 시절을 극중 주인공에게 투영해 자신이 추구했던 자유와 해방감을 스크린을 캔버스 삼아 종횡무진 펼쳐낸다. 록 밴드의 현역 보컬이자 연주자이기도 한 경력처럼 호쾌하게 말이다. 거시적 정치나 역사적 배경이 감독의 영화에서 주동력은 아니지만, 스스로 체험했던 경계인으로서의 자각은 꽤나 흥미로운 배경장치 활용법과 함께 장르에 갇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융·복합을 추구하는 스타일의 매력을 뿜어낸다. 이민자 후속세대로서 자신이 겪었던 드러나지 않는 억압과 스테레오 타입 규정화를 감독은 자신의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거부하려 한다. 주인공 모나가 당하던 것처럼 일방적 통제가 아닌 열린사회로의 통합 노력이 본인 스스로 체득한 미래지향적인 세계일 테다. 영화는 그런 감독의 비전에 충실한 결말로 향한다.
극중에서 중요하게 활용되지는 않지만 모나는 한국계 입양아로 드러난다. 10살에 정치적 망명을 통해 입양되었지만 극심한 조현병 증세로 파양되고 병원에 강제수용된 것으로 병원에선 그녀의 내력을 언급한다. 모나가 어떤 유년기를 보냈는지는 밝혀지지 않지만 어린 나이에 급격한 단절과 낯선 환경에 처해진 것은 분명하다. 험한 일을 겪고 만리타향에 고립되면 멀쩡하던 사람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필 의지할 데 없는 이민자 10살 소녀라면 말해 뭣하리. 아마 초능력도 그런 극단적 상황에서 발현된 것일 테다. 그렇지만 붉은 달이 떠오르기 전까지 누구도 그런 모나를 귀찮은 짐으로 치부할 뿐 인간적인 재활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 뿐 아니라 복지비용을 염려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간주하는 보수적 복지개념에 도전하는 관점이 역력하다.
스쳐 지나듯 방송되는 트럼프 정부 뉴스는 이민자와 다문화에 대한 보수적 관점을 조소하는 것처럼 새겨진다. 정신병원에 격리하는 게 아니라 열린 세상에서 더불어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게 주인공에게 즉효였다는 영화적 결말은 역시 아시아계 이민가정에서 마음고생 치렀을 감독 본인의 경험적 지혜가 투영된 것일 테다. 그렇게 영화는 정치사회적 배경을 최소한도로만 활용하지만 명백히 미국사회 소수자인 아시아계가 겪는 상황과 입양아동의 위기를 골격으로 삼았음을 숨기지 않는다. 하다못해 제법 쫄깃하게 관객에게 주인공의 운명을 저울질하게 만들던 공항 장면에서 위기를 벗어나는 작은 사건 또한 그저 흘러가듯 넘길 게 아니다. 분명히 현존하는 인종차별과 사회적 편견의 존재를 지적하는 코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이 모든 사건이 펼쳐지는 공간이 뉴올리언스라는 것 또한 감독의 노림수다. 미국 대중문화의 용광로 중 하나인 이 도시의 지역적 배경 덕분에 과잉으로 치부될 법한 많은 장치들이 자연스럽게 정착하는 셈이다. 재즈의 발상지, 흑인 노예들의 정착지, 부두교의 고장, 이런 문화코드들이 영화 속에 가득한 감각적인 음악과 현란한 시각적 비주얼과 합류해 매혹적인 시공간을 창조해낸다. 여기에 전종서라는 주목할 만한 뉴 페이스의 활약은 놀랍다. 영화를 보고 나면 여우상을 가진 이 배우의 표정이 떠나지 않는다. 극중 모나의 변천사는 마치 구미호가 인간이 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소녀의 미래는 비록 알 수 없지만 저절로 응원하게 만드는 표정이 '심쿵'하다.
여기에 케이트 허드슨, 크레이그 로빈슨, 에드 스크레인 등 상당한 지명도를 가진 배우들이 각자 구축한 역할 모델들이 모나리자의 자유를 향한 여정을 탄탄하게 떠받친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도, 유럽 아트무비와도, 한국 독립영화 전통에도 속하지 않지만 작가주의 장르영화 정체성에 충실한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펼친다.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연속성을 두고 관람한다면 더 매력적일 작업이다.
<작품정보> |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Mona Lisa and the Blood Moon
2021|미국|미스터리 펑키 스릴러
2023.03.22. 개봉|107분|15세 관람가
감독 애나 릴리 아미푸르
주연 전종서(모나 역), 케이트 허드슨(보니 역)
출연 크레이그 로빈슨(해롤드 역), 에드 스크레인(퍼즈 역), 에반 휘튼(찰리 역)
수입 및 배급 판씨네마㈜
2021 54회 시체스국제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음악상, 판타지장르 작품상
2022 29회 제라르메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음악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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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