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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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신성한, 이혼>에서, 엄마 서진(한혜진)이 용서를 빌기 위해 아이에게 무릎 꿇는 장면을 보다 내 무릎이 꺾이는 심정이 되었다. 그가 무릎 꿇은 이유는 자신의 잘못으로 아이에게 큰 불행과 고통을 안겨주었음을 속죄하기 위해서다.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진이 무릎 꿇을 잘못을 찾을 수 없었다.
서진은 기상 캐스터 출신 라디오 디제이다. 단란한 가족, 풍요로운 가정 경제,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표상되는 그의 삶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그는 남편에게 학대 당하는 여자다.
누군가에게 특히 가족에게 신체적 폭력은 물론이고 끊임없는 정서적 학대를 당하다 보면 자신을 잃게 된다. 늘 감시 당하고,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 하고, 끊임없는 비하와 욕설과 조롱을 감내해야 한다. 이런 고통 속에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내 삶은 소중해'를 다짐하기란 불가능하다.
피폐해진 서진은 어쩌다 한 남자를 알게 됐고 외도를 했다(서진이 외도한 것이 그르냐 아니냐는 이 글의 논점이 아니기에 논외로 하겠다). 그 남자는 서진 몰래 성관계 동영상을 찍고 이를 유포했다. 서진은 생지옥에 떨어졌다.
성 착취물이나 불법 촬영 동영상이 유포되는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생지옥'이란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아무리 지우고 지워도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 떠도는 동영상은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처럼 한 여자의 인생을 파괴한다. 한때 'N번방'으로 전국이 떠들썩했지만 지금은 모두 잊은 듯하다. 범인들이 체포됐고 실형을 받았으니 디지털 성폭력이 사라진 줄 안다. 현실은 전혀 아니다.
2022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여성폭력통계'가 밝힌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비중은 2019년 20.2%, 2020년 25.1%에서 2021년에는 33.0%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양심을 버린 이용자들에 의해 퍼지는 좀비 동영상은 여전히 피해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서진 또한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불법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되었다. 남편에게 온갖 모욕과 학대를 당하고 이혼 요구에 직면한다.
서진은 왜 무릎 꿇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