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똑똑똑>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똑똑똑>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이다. 폴 G. 트럼블레이의 소설 <세상 끝의 오두막>을 원작으로 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기발한 소재와 기묘한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대체 왜?'라는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발한다. <식스센스>, <언브레이커블>, < 23 아이덴티티 >, <글래스>, <올드> 등 이야기꾼의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인다.
휴가를 즐기러 왔을 뿐인데 모종의 일이 일어나고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한 가운데 미스터리한 일은 거듭된다. 관객은 하나씩 던져주는 단서를 받아 퍼즐을 맞추어야 하는 게임의 플레이어가 된다. 감독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반전에 갇히기보다 관객과 밀땅 하며 떡밥 회수에 공들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번에는 가족을 살리려면 인류가 멸망하고, 인류를 살리면 가족이 죽는 '트롤리 딜레마'를 소재로 한 묵시록이다. 도덕적 딜레마와 인류 구원이 같은 맥락에 있는 아이러니가 돋보인다.
트롤리 딜레마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예로든 심리적 갈등과 공리주의에 관한 고찰이다. 제동 장치가 망가진 기차의 레버를 그대로 두면 다수가 죽고, 선로를 바꾸면 소수가 죽는 상황을 재현했다. 윤리적 관점을 집요하게 캐묻는 심리 이론이다.
'가족'과 '선택'. 기본적이면서도 묵직한 소재다. <매트릭스 2: 리로디드>에서 연인을 살릴 건지 세상을 구할 건지 선택해야 했던 네오의 상황과 맞물린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거듭되는 생각에 이끌려 정신없이 끌려가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하나씩 등장하는 아포칼립스는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상황을 총망라했다.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과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일부러 지우려고 하는 본능, 본 것만 믿는 본성을 시각화했다.
동성 가족을 설정한 탓에 깊은 여운을 더한다. 소수자이자, 입양 가족의 선택은 인류를 구할 수도 멸할 수도 있다. 단순해 보이는 양자택일 문제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정답 없는 해답이다. 종말 앞에 인종, 성별, 나이, 직업 등은 아무 쓸모 없었다. 그저 인간다움이면 족하다는 결말은 단순하면서도 철학적이다. 오랜 여운을 남겨 서서히 곱씹어 가기 좋은 사유를 제공한다.
참고로 카메오 출연을 즐기는 감독은 이번엔 홈쇼핑 방송의 호스트로 나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니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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