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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냐 인류냐, 지구 종말 앞에 선택 기로 선 사람들

[리뷰] 영화 <똑똑똑>

23.03.09 10:14최종업데이트23.05.1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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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똑똑똑> 스틸컷
영화 <똑똑똑>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평화로운 휴가를 즐기러 온 행복한 가족 앞에 나타난 불청객. 위협적으로 보이는 연장을 들고 집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 협박 같은 부탁이 이어진다. 이상함을 처음 마주한 건 조금 전까지 메뚜기를 잡고 있던 웬(크리스틴 쿠이)이었다. 웬 앞에 나타난 거구의 남자 레너드(데이브 바티스타)는 친절히 다가오지만 어딘지 섬뜩함을 풍긴다. 아이는 직감적으로 위험에 처했음을 눈치채고 오두막으로 뛰어 들어가 소리친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두 아빠는 심각한 상황을 감지하고 사태를 파악 중이다. 괴한은 당장 열어주지 않으면 무력으로 들어갈 기세다. 당근과 채찍을 써가며 호소하다가 안 되겠는지 강제로 들어간다.
  
 영화 <똑똑똑> 스틸컷
영화 <똑똑똑>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다소 험악하게 입성한 레너드, 사브리나(닉키 아무카 버드), 애드리언(애비 퀸), 레드먼드(루퍼트 그린트)는 갑자기 자기소개를 하더니 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종말을 막기 위해 지금 방금 만난 사이고, 각자 본 끔찍한 환영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말을 이어간다.
 
그러고는 광신도처럼 비장하게 설득한다. 가족 중 한 사람이 희생하면 인류를 구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부부 에릭(조나단 그로프)과 앤드류(벤 알드리지)는 이 말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밑도 끝도 없이 들이닥쳐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을 무슨 이유로 믿겠나. 그러나 금방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메시아와 구원을 바라는 종교 단체의 방문이라 생각했던 것도 잠시. 그들의 예언이 라이브로 실현되자 가족은 이제야 잘못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오늘 단 하루의 선택만이 유효하다. 타노스의 손가락 튕기기를 하루 만에 결정하게 된 거다. 당신은 지구 종말을 막을 수 있다는 유일한 방법을 알고 있다면, 허무맹랑한 제안을 수락할 수 있을 것인가. 누구라도 결정은 쉽지 않다.
 
갑자기 닥치게 된 선택의 길
  
 영화 <똑똑똑> 스틸컷
영화 <똑똑똑>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똑똑똑>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이다. 폴 G. 트럼블레이의 소설 <세상 끝의 오두막>을 원작으로 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기발한 소재와 기묘한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대체 왜?'라는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발한다. <식스센스>, <언브레이커블>, < 23 아이덴티티 >, <글래스>, <올드> 등 이야기꾼의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인다.
 
휴가를 즐기러 왔을 뿐인데 모종의 일이 일어나고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한 가운데 미스터리한 일은 거듭된다. 관객은 하나씩 던져주는 단서를 받아 퍼즐을 맞추어야 하는 게임의 플레이어가 된다. 감독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반전에 갇히기보다 관객과 밀땅 하며 떡밥 회수에 공들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번에는 가족을 살리려면 인류가 멸망하고, 인류를 살리면 가족이 죽는 '트롤리 딜레마'를 소재로 한 묵시록이다. 도덕적 딜레마와 인류 구원이 같은 맥락에 있는 아이러니가 돋보인다.
 
트롤리 딜레마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예로든 심리적 갈등과 공리주의에 관한 고찰이다. 제동 장치가 망가진 기차의 레버를 그대로 두면 다수가 죽고, 선로를 바꾸면 소수가 죽는 상황을 재현했다. 윤리적 관점을 집요하게 캐묻는 심리 이론이다.
 
'가족'과 '선택'. 기본적이면서도 묵직한 소재다. <매트릭스 2: 리로디드>에서 연인을 살릴 건지 세상을 구할 건지 선택해야 했던 네오의 상황과 맞물린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거듭되는 생각에 이끌려 정신없이 끌려가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하나씩 등장하는 아포칼립스는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상황을 총망라했다.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과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일부러 지우려고 하는 본능, 본 것만 믿는 본성을 시각화했다.
 
동성 가족을 설정한 탓에 깊은 여운을 더한다. 소수자이자, 입양 가족의 선택은 인류를 구할 수도 멸할 수도 있다. 단순해 보이는 양자택일 문제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정답 없는 해답이다. 종말 앞에 인종, 성별, 나이, 직업 등은 아무 쓸모 없었다. 그저 인간다움이면 족하다는 결말은 단순하면서도 철학적이다. 오랜 여운을 남겨 서서히 곱씹어 가기 좋은 사유를 제공한다.
 
참고로 카메오 출연을 즐기는 감독은 이번엔 홈쇼핑 방송의 호스트로 나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니 놓치지 말 것!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장혜령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똑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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