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뮤지컬 오리지널 내한공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캣츠 메인 포토존 (3월 12일까지)
이은영
뮤지컬 <캣츠>의 줄거리는 1년에 한 번씩 만나서 고양이들이 무도회를 열고, 여기서 선택받은 단 한 마리 고양이만이 천상으로 올라간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젤리클 고양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우월함을 자랑하고 뽐내며 선택되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성서 속 '돌아온 탕자'처럼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고양이 그리자벨라(조아나 암필)의 모습은 이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때 화려했던 고양이가 바깥세상으로 떠났다가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와 젤리클 부족 고양이들에게 외면받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에게 외면받던 그리자벨라가 2막 후반 절규에 가깝게 '메모리'를 울부짖을 때, 나는 울고 말았다.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깊은 위로와 공감을 받은 고양이들이 하나둘 다가와 귀를 기울이고, 고해성사와도 같은 자기 고백을 통해 그리자벨라는 천상으로 올라간다.
그리자벨라라는 외면받던 존재가 없었다면 이토록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캣츠>는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성서 시편의 118장 22절 말씀처럼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된 것이다.
인간의 눈물 섞인 기도가 신의 귓가에 닿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고 깊이 공감하는 일이야말로 구원 역사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고양이들이 인간에게 보여준 희망이란,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할 것이라는 맹신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생의 처연함 속에서 웃고 울던 지난날들이 앞으로 나아갈 우리의 인생에서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거라는 믿음의 고백이다.
젤리클 고양이들의 자기 소개처럼 누가 자기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또는 읽고) 반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솔직하게 꺼내어놓는 일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용기란 인생의 모호함을 사는 것이 아닐는지.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서울 (3월 12일까지), 경주, 인천, 대구, 익산, 울산, 청주(4월 30일까지) 투어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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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알기 전보다 알고 난 후, 더 좋은 삶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씁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