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르사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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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빈에 수도를 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정무에 바쁘고 황후 엘리자베트는 웃음을 짓느라 바쁘다. 그녀는 황제의 말마따나 머리에 1kg이 넘는 가체를 이고 허리를 옥죄어 잘록하게 하고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코르사주를 입은 채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며 온화한 미소로 대중 앞에 서 있으면 그만인 존재였다. 그게 그녀가 할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혐오스러웠다. 그건 그녀가 아니었다. 원하던 모습이 아닐 뿐더러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자주 다니곤 했다. 멀리 영국으로 가까운 독일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며 '황후'가 아닌 '여자'로서의 자신을 확인받고 싶어 하기도 한다. 물론 어렵다.
그러던 중 마흔 살에 접어든다. 당시 일반 여성의 평균 수명에 해당하는 나이로, 여러모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그녀는 그런 식으로 저물어가는 자신을 용납하기가 힘들다. 여의치 않지만, 아니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싶다. 아이들도 있고 황후라는 직책도 있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여자'라는 주체로서의 엘리자베트
영화 <코르사주>는 합스부르크 가문 그리고 제국의 복잡다단한 정세를 조금 제쳐두고 엘리자베트 황후의 40세 즈음의 나날들에 집중한다. 당연히 엘리자베트 역을 완벽하게 맡아 해낼 배우가 중요할 텐데, <팬덤 스레드> <올드> <베르히만 아일랜드> <안녕, 소중한 사람>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룩셈부르크 배우 '비키 크립스'가 열연했다. 2022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엘리자베트는 19세기 유럽을 대표하는, 아니 유럽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황후로 알려져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유명 뮤지컬 <엘리자벳>이 대표적이고, 지난해 9월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황후 엘리자베트>가 공개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 영화 <코르사주>도 나왔고 또 지난해 10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선 전시 <합스부르크 600주년, 매혹의 걸작들>이 시작되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익숙하지 마지않는 '엘리자베트'를 영화 <코르사주>는 어떤 시선으로 비췄을까? 동정적인(주체적인) 시선과 비판적인(객체적인) 시선이 공존하는 엘리자베트의 삶, 그중에서도 마흔 살이 될 때즈음의 행적을 좇는 건 아무래도 비판적인 시선보다 동정적인 시선이 앞서 있지 않을까 싶다. 나아가 그녀를 아무런 생각도 없는 상징으로서의 황후라는 객체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고민에 휩싸여 삶의 격랑을 온몸으로 헤쳐 나가는 여자라는 주체로 바라보려 하지 않을까 싶다.
엘리자베트, 그녀는 왜?